장윤실 대한신생아학회장 “위기의 신생아중환자실, 지금 지원 않으면 회복 어려워”

주 90시간 근무 전담 교수 사직하자
전북대병원 신생아 진료 사실상 중단
“소는 떠났고 외양간도 부서지고 있어”

높은 위험에도 낮은 보상 구조가 원인
과실이 없으면 문제가 없도록 막아야
아이 치료 못하면 저출산 대책 공염불

주 90시간 근무와 50시간에 가까운 연속 당직. 전북 유일 권역모자의료센터인 전북대병원에서 신생아중환자실(NICU)을 홀로 지켜온 전담 교수가 최근 사직 의사를 밝히면서, 호남권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진료체계가 사실상 중단 위기에 놓였다. 이번 사태는 한 병원 인력 공백을 넘어 필수의료체계 전반의 위기를 드러낸 의료계 현안으로 떠올랐다.

장윤실 대한신생아학회장(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지난 3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를 “전국 NICU 붕괴의 빙산의 일각”이라고 진단하며 “소는 이미 떠나갔고 외양간도 부서지고 있다. 더 이상 개인의 희생에만 신생아중환자실을 맡겨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장윤실 대한신생아학회장이 최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전북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사태를 계기로 드러난 지역 신생아 진료체계의 구조적 위기를 설명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NICU는 오래전부터 의료진의 장시간 노동과 책임감에 기대 버텨온 구조였다. 장 학회장은 “이번에 이슈가 된 전북대병원 김진규 교수의 경우 주 90시간에 가까운 근무를 하면서 환자도 보고, 교육도 하고, 보호자도 만나고 모든 일을 다 해왔다”며 “그분이 아프거나 자리를 비우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느냐. 지금 개입하지 않으면 지역이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 앞서 김 교수는 지난달 28일 ‘분만 인프라 정책 포럼’에서 “정말 버티고 싶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시스템이 더 무너질 것 같다”며 “칼을 품고 스스로 찌르는 심정”이라고 호소한 바 있다.



잇따라 발생하는 ‘분만실 뺑뺑이’도 산부인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장 학회장의 설명이다. 산과 의사가 있어도 아기를 받아줄 신생아중환자실이 돌아가지 않으면 결국 산모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분만의 현실도 절벽이지만, NICU의 현실도 절벽”이라고 말했다.

이런 구조는 지역으로 갈수록 더 취약해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NICU 병상을 보유한 의료기관은 전국 102곳, 병상은 1879개다. 이 가운데 서울 27곳, 경기 22곳, 인천 6곳 등 수도권에만 55곳이 몰려 있다. 장 학회장은 “출생아당 병상 수로 보면 지역에 따라 10배 차이가 나는 곳도 있다”며 전북대병원처럼 한두 명이 지키던 곳이 무너지면 지역 의료 시스템이 모두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병상이 아니라 인력이다. 이미 지방의 중소 NICU는 의사를 구하지 못해 문을 닫은 곳들이 있고, 수도권 중소병원도 인력난에서 자유롭지 않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모집 충원율은 13.4%에 불과했다. 장 학회장은 “병상과 장비가 있어도 전문인력이 없으면 NICU는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중증 신생아 진료는 24시간 당직 체계와 함께, 필요할 때 소아외과·소아심장·소아신경 등 배후진료가 받쳐줘야 가능한 구조라는 설명이다. 그는 “제대로 된 중환자실이 돌아가려면 적어도 네다섯 명은 있어야 하고, 권역센터라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인력 기준조차 국내에는 정확히 마련돼 있지 않다고 그는 덧붙였다.

NICU 인력난의 배경에는 높은 위험과 낮은 보상 구조가 함께 놓여 있다. 장 학회장은 이를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신생아 진료는 임신 주수와 출생 체중, 선천질환 등에 따라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사망이나 중증장애가 남을 수 있는 특수성이 있다”며 “결과가 나쁘면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는 식으로 가면 누가 이 분야를 선택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과실이 없는데도 문제가 되는 일은 막아야 하고, 이런 특성이 의료분쟁 관련 제도와 시행령에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학회장은 해법으로 남은 지역 인력을 붙잡을 긴급 지원과 신생아 전문의를 길러낼 장기 대책을 함께 제시했다. 다른 지역 의료진이 당직이라도 지원할 수 있는 체계,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가 한 번에 적정 병원으로 갈 수 있는 전원 체계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전화했을 때 상황판을 보고 어디로 한 번에 갈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지역에 상황체계를 잘 아는 사람을 배치하고 시스템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세부전문의가 아니더라도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당장 지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유인을 줘야 한다”며 “당장 버틸 인력도, 앞으로 들어올 인력도 함께 살려야 한다”고 했다.

장 학회장은 “보건복지부도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이건 복지부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도 자기 지역 신생아의 건강권과 생명권 문제로 보고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학회가 이날 대통령과 국민에게 호소문을 낸 것도 이런 문제의식에서다. 그는 “신생아중환자실 문제는 아는 사람들만 아는 이야기였다”며 “대책을 논의하는 속도보다 현장이 무너지는 속도가 더 빠르다”고 우려했다.

소아청소년과의 인력 공백이 갈수록 커지면서, 남은 교수들이 감당해야 할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 장 학회장은 “남은 현장을 지킬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시점”이라며 “지금 지원을 집중하지 않으면 회복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장 학회장은 NICU 붕괴가 저출생 문제와도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아이를 낳으라고 하면서 정작 태어난 아이가 아플 때 치료받을 병원이 없다면 저출생 대책은 말뿐인 정책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생아중환자실은 병원 안의 병실 하나가 아니라 태어난 아이가 처음 생명을 이어가는 마지막 안전망입니다. 가장 연약한 생명을 지키지 못하면서 아이를 낳으라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