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축구 종주국이다. 그중에서도 잉글랜드는 ‘축구 종가’로 불린다. 덕분에 오늘날 영국은 월드컵에 잉글랜드·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웨일즈 4개 지역 대표팀을 모두 출전시키는 특혜를 누린다. 진행 중인 2026 북중미 월드컵의 경우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가 나란히 본선 무대를 밟았다. 스코틀랜드가 일찌감치 조별 리그에서 탈락했기에 망정이지 만약 둘이 토너먼트에서 만난다면 섬나라 영국에 ‘심리적 내전’이 일어날 뻔했다.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이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태권도 종목에서 금메달을 쓸어 담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세계 각국의 실력 평준화로 불가능한 일이다. 태권도보다 훨씬 먼저 지구촌 스포츠로 자리 잡은 축구는 어떨까. 종주국이라곤 하나 잉글랜드의 월드컵 성적표는 남미의 브라질(5회 우승), 아르헨티나(3회 〃)는 물론 유럽의 이탈리아, 독일(이상 4회 〃), 프랑스(2회 〃)에도 못 미친다. 1966년 잉글랜드가 개최한 8회 월드컵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니 팬들로선 답답할 것이다.
영어에 ‘축구가 집으로 돌아온다’(Football is coming home)라는 문구가 있다. 여기서 ‘집’이란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뜻한다. 월드컵에서 잉글랜드가 우승해 1966년의 영광을 재현하길 바라는 팬들의 염원이 담겨 있는 셈이다. 스코틀랜드와 달리 잉글랜드는 조별 리그를 가뿐히 통과하고 주장 해리 케인(32)의 맹활약에 힘입어 32강전에서도 이겼다. 잉글랜드 축구 팬들 사이에 또 ‘축구가 집으로 돌아온다’란 함성이 터지기 시작했다.
잉글랜드가 오늘 오전 멕시코와 16강전을 치른다. 영국 현지 시간으로는 새벽 1시 경기가 시작된다. 오전 3시 이전엔 시합이 끝나지 않을 것이고, 연장전에 돌입하는 경우 승부 결정은 훨씬 더 늦어질 수 있다. 이에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엊그제 잉글랜드·웨일즈 지역의 펍(주점) 영업 시간 제한을 풀어 축구 팬들이 오전 5시까지 펍에서 맥주 등을 마시며 축구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러면서 “축구는 집으로 돌아와야 할 수도 있겠으나, 팬들은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영국인 특유의 재치가 묻어나는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