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킥보드 빈자리… 더 큰 자전거가 ‘길막’ [밀착취재]

서울 ‘킥보드 즉시견인’ 조례 5년
전기자전거 2년 새 2만여대 증가
곳곳 방치… 시민 불편 ‘풍선효과’

5일 서울 성동구 성수역 인근. 점심을 먹기 위해 나온 인파들이 좁은 인도를 가로막은 형형색색의 전기자전거 10여대를 피해 아슬아슬하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직장인 김모(30)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유 킥보드가 길을 막아 불편했는데, 요즘은 더 크고 무거운 전기자전거들이 인도 곳곳에 방치돼 있어 통행하기가 더 무섭다”고 토로했다.

한때 도심의 골칫거리로 꼽히던 공유 전동킥보드가 정부와 지자체의 강력한 규제로 주춤한 사이, 그 빈자리를 공유 전기자전거가 급속도로 잠식하고 있다.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규제를 강화했더니 다른 공유 모빌리티로 공급이 옮겨가며 시민 불편은 그대로인 ‘풍선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운행 대수는 2022년 4만5991대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달 1만6055대를 기록하며 4년여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는 서울시가 2021년 전국 최초로 도입한 ‘개인형 이동장치(PM) 즉시 견인 조례’와 무면허·헬멧 미착용 단속 등 전방위적 압박이 효과를 낸 덕분이다. 반면 2024년 3만6893대에 불과하던 서울 내 전기자전거 운행 대수는 지난달 5만4842대로 약 2만대 늘어났다. 이는 공유 전기자전거 대여업체 측 자료를 기반한 수치로 신고·등록·허가절차가 없는 해당 산업의 특성상 실제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렇게 늘어난 전기자전거가 인도 위에 아무렇게나 방치돼 시민 불편을 야기한다는 점이다.

특히 시각장애인들에게 도보 위 방치된 자전거는 안전을 위협하는 ‘지뢰’다. 양남규 한국시각장애인협회 이사는 “제가 단독 보행을 주로 하는 편인데 점자유도블록 위에 전기자전거나 킥보드가 주차돼 있으면 불편한 거는 둘째 치고 잘못하면 넘어져서 다칠 수 있다”며 “한번은 점자유도블록 위에 자전거가 눕혀져 있었는데 그 바퀴 사이에 지팡이가 껴 크게 넘어져 무릎이 까진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피해자가 속출함에도 단속 권한이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손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근거 법령의 차이 때문이다. 무단 주차 시 유예시간 없이 ‘즉시 견인’ 조치가 가능한 킥보드와 달리, 전기자전거의 경우 자전거법에 따라 공공장소에 최소 10일 이상 방치돼야 견인할 수 있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하루에 평균 10건 정도의 민원이 접수된다”며 “업체 측에 연락을 하거나 공공일자리 노동자분들이 (자전거를) 이동시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