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임 중 쿠팡株 18회 거래… ‘쿠팡사태’ 해법 꼬이나

무역 넘어 안보 파장 우려

보유량 최대 13만달러로 추정
무역대표는 취임 전 쿠팡서 보수

“한국의 美기업 차별” 잇단 지적
美고위급 쿠팡 연결고리 해석도
“한·미 안보협력도 악영향” 관측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뉴욕 증시에 상장된 쿠팡 주식을 재임 중 보유·거래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쿠팡 사태를 둘러싼 셈법이 한층 복잡해졌다. 미국 정부, 의회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을 쿠팡에 물은 걸 두고 ‘미국 기업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차별적 조치라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쿠팡 사태가 한·미 외교 현안의 다른 영역으로 번지지 않도록 적극 설명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달 추진 중인 한·미 2차 안보협의 일정 등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미 정부윤리청(OGE)이 최근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의 재산신고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쿠팡 주식을 18차례 매입 또는 매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보유한 쿠팡 주식의 가치는 최대 13만달러(약 2억원)로 추정된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통상, 외교를 담당하는 핵심 인사들이 쿠팡으로부터 컨설팅 비용 등을 받은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무역협상 수석대표 격인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법률회사 킹&스폴딩 파트너로 재직하던 2024년 5월17일 쿠팡에서 1만달러의 강연·자문 사례금을, 한·미 정상 합의(조인트 팩트시트)의 안보 분야 이행 실무 협의를 이끌고 있는 앨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차관은 취임 전 쿠팡에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았다고 신고했다.

 

작년 한 해 22억달러(약 3조4000억원)의 소득을 올린 트럼프 대통령의 자산 규모를 감안하면 보유한 쿠팡 주식 비중은 높지 않다. 그러나 미국 정부와 의회가 ‘한국이 미국 기업을 차별하고 있다’고 나서는 상황에선 지나치기 어려운 대목이다. 미국 정부 고위 인사들이 쿠팡과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점은 한국에 대한 압박을 높이는 배경일 수 있어서다.

미국 정부윤리청(OGE)이 공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산신고 내역. 트럼프 대통령은 총 18차례 쿠팡 주식을 사고판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정부윤리청(OGE) 홈페이지 캡처

미 하원 법사위원회는 지난 1일(현지시간) 자체 조사를 토대로 “한국은 수십년간 미국인 소유 기업을 표적으로 삼아 왔으나 차별적 대우는 최근 몇 년 새 상당히 심해졌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백악관이 발표한 입장도 미 하원 법사위와 비슷하다. 백악관 당국자는 2일 한국 언론의 관련 질의에 “한국 정부가 미국 기술기업들을 차별적으로 표적으로 삼는 상황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어떤 합리적 잣대를 적용하더라도 이재명정부는 쿠팡을 콕 찍고 있다(single out)”고 주장했다.

 

미국 측 공세에 한국 정부도 공개 대응에 나섰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3일 브리핑에서 “쿠팡에 대한 조사는 모두 국내법상 적법절차에 따라 비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국적에 따라 기업활동을 차별적으로 대우하거나 특정 기업을 표적화해 조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외교부도 2일 “보고서가 쿠팡 측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유감을 표했다. 

 

문제는 쿠팡 사태 여파가 양국 안보 협력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팩트시트에 ‘미국 기업에 차별적 조치를 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만큼, 미국 측이 이를 근거로 핵추진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 등 안보협의 이행 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교부가 원자력 협력을 논의할 2차 안보협의를 이달 중 열기 위해 미국 측과 일정을 조율 중인 상황에서 쿠팡 사태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1차 협의도 같은 문제로 차질을 빚었다. 

 

외교부는 쿠팡 관련 이슈가 한·미 간 안보 논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미국 측과 지속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그러나 미국 조야에 누적된 현 정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고려하면 기존 대응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쿠팡의 로비뿐 아니라 대미투자특별법 입법 지연이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구성 발언 등 여러 사안으로 미국 내에서 이재명정부는 친중 좌파, 반기업적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미국이 한국의 외교안보정책에 차지하는 무게가 크고, 한·미동맹이 여전히 중요한 게 현실”이라며 “핵심 안보 의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