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발 ‘메모리 쇼크’에 하반기 스마트폰 값 줄인상 예고

전자업계 칩플레이션 강타
애플 이어 中 업체들도 가격 인상
삼성 4년 만에 가격 동결 기조 깨

반도체 업계 HBM·서버용 칩 집중
스마트폰용 메모리 칩 품귀 지속

2027년까지 메모리 부족 지속 전망
中 매체 “삼성 3분기 D램 20% 인상”

인공지능(AI) 열풍이 불러온 메모리 반도체 수요 폭증과 가격 급등의 여파가 스마트폰 업계까지 덮쳤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칩 가격이 통제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주요 제조사가 일제히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현재의 메모리 대란을 ‘100년 만의 홍수’에 빗댈 만큼 상황이 심상치 않다. 업계 현장에서는 올해 하반기까지 스마트폰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고가 제품을 만드는 애플부터 저가 보급형 제품을 주력으로 삼는 중국 업체들까지 일제히 스마트폰 출시 가격을 인상했다. 애플은 지난달 25일 맥북과 아이패드 가격을 모델에 따라 최소 100달러에서 최대 300달러까지 올렸다. 애플은 “이처럼 짧은 기간에 부품 가격이 이렇게 큰 폭으로 오른 사례는 본 적이 없다”며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삼성전자도 올해 2월 출시한 갤럭시 S26 시리즈 가격을 전작보다 올리며 2023년부터 이어온 가격 동결 기조를 깼다. 지난 4월에는 이미 출시된 갤럭시 Z 폴드7과 플립7의 512GB 모델 가격도 각각 9만4600원 인상했다. 출시 1년이 채 되지 않은 제품의 가격을 올린 것은 2022년 갤럭시탭 S8 시리즈 이후 약 4년 만이다. 가성비 전략을 앞세워 온 중국 업체 비보와 오포, 샤오미마저 이례적으로 제품 가격을 올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메모리 쇼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메모리 가격이 폭주하는 상황”이라며 “앱스토어 수익 덕에 경쟁사보다 매출이익률이 높던 애플마저 가격 인상에 나설 만큼 환경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메모리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주요 메모리 업체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등 수익성이 높은 AI 데이터센터용 제품에 생산 역량을 집중하면서, 스마트폰 메모리에 배정되는 물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탓이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메모리 칩을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메모리 부족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선 메모리 공급난이 2027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지난 3일 발표한 ‘3분기 메모리 가격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범용 D램 계약가격은 전 분기 대비 13~18%, 낸드플래시는 10~15% 추가 상승할 전망이다. 실제로 최근에는 삼성전자의 D램 가격 인상 가능성도 제기됐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은 4일(현지시간) 자국 업체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3분기 D램 가격을 20%가량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한 전자제품 제조사 책임자는 제일재경에 “지난달 삼성전자와 이미 협의했고 삼성전자로부터 D램 가격 인상에 대한 구두 통지를 받은 상태”라며 “D램 가격 상승 여파로 전자제품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매체는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를 인용해 삼성전자가 일부 고객사에 이미 구두로 인상 방침을 알렸다고 했다.

메모리 부족 현상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하반기에 출시될 스마트폰 가격도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업계에서는 하반기 등장할 애플 아이폰 18과 삼성전자 갤럭시 Z8 시리즈의 가격이 전작보다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디스플레이가 반으로 접히는 폴더블 제품으로 일반 스마트폰보다 부품이 더 많이 들어가는 갤럭시 Z 시리즈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른 전자업계 관계자는 “(비교적 성능이 낮은) 폴드8 기본 모델의 미국 출시 가격은 전작과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고가의 고성능 칩을 사용해야 하는 울트라 제품군은 가격 인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