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은 상대방의 수락이 필요 없는 유언자의 단독행위이므로,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1108조). 방법은 대개 3가지입니다. 첫째 새로운 유언을 통해 명시적으로 종래의 유언을 철회하는 경우, 둘째 전후 유언의 내용이 저촉되어 묵시적으로 철회된 것으로 보는 경우, 셋째 유언자가 고의로 유언서나 유증 목적물을 파훼한 경우 등이 있습니다.
최근 선고된 대법원 판례(2024다260146)는 유언 후 생전행위가 유언과 저촉되어 그 저촉된 부분의 전 유언이 철회된 것으로 보기 위한 요건과 그 저촉 여부 및 범위가 문제 된 사안입니다. 전후의 유언이 저촉되거나 유언 후 생전행위가 유언과 저촉되면 그 저촉된 부분의 전 유언은 이를 철회한 것으로 봅니다(민법 제1109조). 여기서 ‘저촉’이란 전 유언을 실효시키지 않고서는 유언 후 생전행위가 유효로 될 수 없는 경우를 말합니다.
○ 기초 사실
-망인은 자녀인 원고 및 피고들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법정 상속분과 다른 비율에 따라 유증하는 내용의 유언증서를 작성한 뒤 이후 지역주택조합에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하였습니다.
○ 원심의 경과
원고가 이 사건 유언증서에 의한 유언의 효력 확인을 구하자 피고들은 망인이 위 부동산을 지역주택조합에 매도함으로써 유언증서의 내용과 저촉되는 생전행위를 하였으므로 유언이 철회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원심은 피고들의 주장대로 망인이 이 사건 부동산을 지역주택조합에 매도함으로써 유언증서의 내용과 저촉되는 생전행위를 하였고, 이로써 망인이 유언을 철회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유언의 저촉 여부 및 그 범위를 결정할 때에는 ‘전후 사정을 합리적으로 살펴 유언자의 의사가 유언의 일부라도 철회하려는 의사인지, 아니면 그 전부를 불가분적으로 철회하려는 의사인지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를 설시하면서 ”망인의 의사는 유언증서를 통해 상속인인 원고 및 피고들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상속비율을 법정 상속분과 다르게 정하려는 것이고, 오히려 이 사건 유언증서 작성 당시에도 이 사건 부동산 매도를 전제로 그 대금을 법정 상속분과 다르게 배분할 의사가 있었음을 추단할 수 있으므로 망인에게 이 사건 부동산 매매대금 중 상속재산이 되는 부분에 관하여 유언증서에 의한 유언의 효력을 미치게 할 의사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 이경진 변호사의 팁(Tip)
유언 철회라는 주제는 드라마에서도 종종 극적 장치로 등장하는 소재입니다. 재벌가 등에서 회장이 처음에는 한 자녀(주로 악역 내지 불효자)에게 유리한 유언장을 작성해 두었다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 인물의 본성이나 비리가 드러나면 유언을 철회하고 새로운 유언장을 작성하는 식의 구도입니다.
이경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yungjin.lee@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