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 아들은 관 앞에서 추모 기도…장례 일정은 9일까지 이어져 미·이스라엘 암살 시도 우려로 불참했단 관측도
이란 최고지도자 자리를 승계한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부친의 장례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그의 건강 상태와 권력 장악력을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테헤란에서 열린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장례 기도에서는 모스타파, 마수드, 메이삼 등 하메네이의 다른 세 아들이 관 옆에 서서 기도를 올렸지만, 최고지도자를 승계한 차남 모즈타바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이란 국영TV는 세 형제가 모즈타바 없이 부친과 다른 가족 4명의 관 곁에서 기도하는 모습을 중계했다.
하메네이와 그의 일부 가족은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며 시작된 전쟁 첫날 공습으로 숨졌다. 모즈타바는 당시 공격으로 얼굴을 다치고 다리에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즈타바는 이후 지금까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장례식에 참석한 일부 추모객은 새 최고지도자가 장례식에도 등장하지 않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란 타스님 통신은 한 젊은 여성이 "기도가 시작되기 직전까지도 모즈타바가 직접 나오기를 바랐다. 그것이 우리의 유일한 소원이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모즈타바가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암살 시도를 우려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란 당국은 국민 결속을 과시하기 위해 미국의 건국 250주년 기념일이기도 한 4일부터 대규모 국가장 형식의 장례 일정을 진행하고 있다.
5일에는 군인과 신학생, 일반 시민 등 수만 명이 테헤란 내 대형 예배 장소인 이맘호메이니 대(大) 모살라를 찾아 조문했다.
이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복수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국기를 흔들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도널드 트럼프를 죽이라'는 구호도 잇따랐다고 보도했다.
시인 모하마드 라술리는 송별식 기도 직전 열린 시 낭송에서 "이제 세상은 트럼프에게 더 이상 좋은 곳이 아니다"며 "우리 이맘(최고지도자)을 죽인 사람을 왜 우리가 죽이지 말아야 하는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수치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영 언론은 당초 오후 9시까지 예정됐던 장례 행사가 참석자가 몰리면서 오후 10시까지 연장됐다고 전했다. 이란 지하철 당국은 4일 밤부터 5일 아침까지 약 700만 건의 승차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번 장례 일정은 9일까지 이어진다.
6일 테헤란 시내에서 장례 행진이 진행되고 7일 이란 중부 종교도시 곰에서 시아파 고위 성직자들이 참석하는 장례 예배가 마련된다. 8일 이라크 시아파 성지인 카르발라와 나자프 등으로 시신이 운구돼 장례식이 열린 뒤 9일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고향이자 시아파 성지인 이란 북동부 마슈하드에서 시신이 안장된다.
한편 CNN에 따르면 이날 장례식에 모습을 드러낸 하메네이의 장남 모스타파는 현재 64세로, 정치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으며 현재 이란 정부 내에서도 직책을 맡고 있지 않다. 하지만 종교계에서는 영향력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셋째 아들인 마수드는 52세로, 최고지도자의 연설을 보존하고 홍보하는 책임을 맡은 '하메네이 저작 보존 및 출판국'을 이끌고 있다.
막내 아들인 메이삼은 48세로, 형제들에 비해 대중 앞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메이삼은 '하메네이 저작 보존 및 출판국'에서 일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