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먹고 사는 회사"…검찰, 정유4사 26조원대 유가담합했다

HD현대오일뱅크·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미국·이란 전쟁 후 담합을 통해 유가를 폭등시킨 혐의를 받는 국내 정유사와 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검사)는 6일 HD현대오일뱅크·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 등 정유 4사를 공정거래법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7차 석유 최고가격과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국내 주유소 휘발유·경유 가격이 1900원대 중반으로 하락했다. 사진은 지난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는 모습.

HD현대오일뱅크의 가격결정부서 부서장과 책임매니저, 법무실장, GS칼텍스의 국내영업 부문장도 함께 기소했다.



검찰이 파악한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직접 담합 규모는 14조2천억원이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이 저들의 담합 가격을 참고해 인상한 것까지 감안하면 총 26조원 상당의 경쟁 제한 효과가 발생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한 직후 유가가 이례적으로 폭등하자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결과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가격부서 책임자들은 전쟁 직후 석유제품 가격 인상 시기와 규모를 담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HD현대오일뱅크 소속 직원들이 전쟁 이전에도 지속해 SK에너지 임직원과 가격 정보를 교환한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 5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검찰은 "전쟁 직후 담합은 일시적 일탈이 아닌 만성화된 담합 관행이 국제적 위기 상황에서 노골적으로 표출된 것임을 파악했다"고 했다.

미국·이란 전쟁 발발 당시 정유사들은 상당한 양의 원유를 비축해둬 가격이 급등할 이유가 없음에도 모든 회사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규모로 입금가를 폭등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정유 시장은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가격을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이 추종(참고)하는 형태로,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가격 담합이 전체 유가 시장의 가격 폭등을 촉발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 가격결정부서 직원들은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가격 급등을 그대로 추종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 대화방에 "역시 전쟁으로 먹고사는 회사. 트럼프 만세", "우리 올해 2조 벌 듯"이라는 대화가 오가기도 했다.

검찰은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의 이런 행위도 경쟁질서를 교란하는 전형적인 의식적 병행행위에 해당하지만, 공정거래법상 형사처벌 대상으로 포함되지 않아 기소 범위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외에도 유가 상승 원인으로 지목된 '전량구매계약'과 '사후정산제' 관행도 수사한 끝에 4개 정유사를 재판에 넘겼다.

수사 결과 4대 정유사가 자영주유소와 전량구매계약을 체결한 뒤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결정·통보한 가격으로 석유 전량을 해당 정유사에서만 구입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유소들이 가격을 비교해 더 저렴한 유통 경로로 석유제품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위반하면 거액의 손해배상청구 등 각종 불이익을 주는 내용의 계약구조를 유지한 사실도 확인하고 4개 정유사를 모두 기소했다.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가 공정거래위원회 현장 조사 실시 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증거 인멸에 나선 정황을 포착하고 두 회사 직원을 공정거래법상 조사방해 등 혐의로도 기소했다.

검찰은 정유회사 3곳이 산업통상부에 석유제품 공급가를 실제 인상액보다 낮춰 허위보고한 사실을 확인하고 산업통상부와 추후 관련 자료를 공유하고 협력할 계획이다.

검찰은 "담합행위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유가를 교란한 피고인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