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 앞바다에 한 줄로 늘어선 범섬·문섬·섶섬이 약 80만 년 전 비슷한 시기에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세 섬이 거의 직선으로 배열돼 있어, 당시 제주 남부 해역에서 한 줄을 따라 화산활동이 일어났을 가능성도 함께 제기됐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제주도 전역 지질도 구축 사업 과정에서 이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고 6일 밝혔다.
세계유산본부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한라산 일대 지질도 구축을 마친 데 이어 제주 전역의 오름과 화산지형을 대상으로 형성 시기와 분출 순서를 조사하고 있다.
범섬·문섬·섶섬은 서귀포 앞바다 약 8㎞ 구간에 일렬로 배열된 화산섬이다. 과거 칼륨-아르곤(K-Ar) 연대측정에서는 문섬과 섶섬이 약 73만년 전 형성된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더 정밀한 아르곤-아르곤(Ar-Ar) 연대측정법을 적용해 세 섬의 형성 시기를 새로 측정했다.
분석 결과 범섬은 80.4±0.4만년, 문섬은 82.4±0.8만년, 섶섬은 79.6±0.3만년으로 나타났다. 특히 범섬에서는 서로 다른 두 지점에서 채취한 시료가 모두 80.4±0.4만년으로 일치해 분석의 재현성도 확인됐다.
세 섬이 약 80만 년 전후의 가까운 시기에, 그것도 거의 직선상에 배열돼 형성됐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핵심 단서다. 세계유산본부는 이를 토대로 당시 제주 남부 해역에서 선상(線狀) 화산활동이 일어났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유산본부는 암석과 광물의 화학조성 분석을 추가로 수행해 세 섬의 화산활동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마그마 공급계와 관련되는지 규명할 계획이다.
또 제주 남서부의 산방산·각수바위·원만사 등 약 80만년 전후의 조면암질 화산체와 비교해 제주 남부 고기(古期) 화산활동의 시공간적 전개 과정을 밝힐 예정이다.
이번 결과는 지난 3월 도내 오름 90여 개의 분출 시기 자료를 수집·정리한 작업의 연장선에 있다.
세계유산본부는 범섬·문섬·섶섬 연대측정 결과가 제주 화산활동사의 정확도를 높이고 제주 자연유산의 형성 과정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형은 세계유산본부장은 “제주에 분포하는 360여 개의 오름과 화산지형은 제주의 과거를 기록한 자연유산이자 미래 활용 가치가 큰 자원”이라며 “연구 예산 확보와 국내외 연구기관 협력을 넓혀 제주 전역 지질도 구축의 완성도를 높이고 제주 자연자원의 과학적 가치를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유네스코 제주도 생물권보전지역인 문섬·범섬·섶섬은 서귀포 앞바다에 위치한 무인도이다. 문섬과 범섬은 세계적인 희귀종인 후박나무가 자라고 있다. 천연기념물인 흑비둘기가 서식하는 남쪽 한계지역이어서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섶섬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삼도파초일엽이 자생하는 곳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이 섬들은 남쪽지역의 생물다양성을 대표할 수 있는 다양한 식물군이 있다. 바다속에는 바다의 꽃이라 불리는 연산호 군락이 장관을 이룬다. 난류가 흐르는 지역으로 사시사철 아열대성 어류들을 볼 수 있고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신종·미기록종 해양생물들이 다수 출현하는 매우 중요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