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3대 메가 환경영향 큰데…환경평가도 '속도전' 주문

李대통령 "환경평가 필요하지만…대폭 단축할 필요 있어"
물·전기 '하마' 반도체·데이터센터…환경영향 검토하고 최소화할 '기회'

이재명 대통령이 6일 3대 메가프로젝트와 관련해 환경영향평가 등 행정절차에 '속도'를 강조하면서 우려도 나온다.

반도체산업은 물과 전기를 다량 소비하고 온실가스와 환경오염물질을 다량 배출하는 산업인데, 환경에 미칠 영향을 고민하고 저감할 기회조차 잃을 수 있어서다.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통령은 이날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점검 회의를 주재하며 "행정절차가 지연돼 투자 집행이 늦어지는 일이 절대로 있어선 안 된다"면서 "환경영향평가도,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같은 지역이라면 (기존의 평가) 결과를 원용하는 것이 중요하고 새로 하게 돼도 기간을 대폭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발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고, 이를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하는 환경영향평가에도 '속도전'을 주문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경기 용인시 일반산업단지 SK하이닉스 반도체 팹(Fab)이 착공될 때까지 부지 확정 이후 6년이 걸린 점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6년이 "나름 빠르다고 할 수 있지만 제 기준으로는 그렇게 빠른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환경영향평가는 각종 개발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사업자가 평가한 뒤 저감방안을 마련해 당국과 협의하는 방식이다. 당국이 평가에 동의하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데, 동의율이 90%를 넘다 보니 무용하다는 '부정론'과 협의 과정에서 계획이 조정되는 효과가 있다는 '긍정론'이 함께 나온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단 조성 시에도 환경영향평가가 나름 역할을 했다.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은 산단 조성을 맡은 용인시와 용인일반산단㈜이 2019년 12월 제출한 환경영향평가 초안을 반려했다.

당시 사업계획에 따르면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발생하는 하루 61만여t의 오·폐수 가운데 처리를 거친 37만t은 안성시로 이어지는 한천에 배출될 예정이었는데, 안성시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는 것이 반려 사유였다.

이에 용인시는 계획을 수정, 방류되는 오·폐수 수질을 대폭 상향했다.

안성시, 경기도, SK하이닉스 등과 상생 협약도 체결했다.

그러면서 방류수 관리와 방류수가 유입되는 고삼저수지 모니터링 등을 조건으로 환경영향평가에 동의를 얻어낼 수 있었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의 경우 기후변화영향평가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과소평가 됐다'는 문제를 제기하는 계기가 됐다.

기후환경단체들은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기후변화영향평가 시 산단에 필요한 전력 10GW(기가와트) 가운데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를 건설해 공급하기로 한 3GW에 대해서만 온실가스 배출량이 산정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결과는 '기각'이었지만, '기후변화영향평가에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판단을 얻어냈고 반도체 산단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부각할 수 있었다.

반도체산업은 자원을 빨아들이는 산업이어서 환경에 영향도 크다.

8인치 웨이퍼 한 장을 만드는 데 약 3t의 물과 360여kWh(킬로와트시)의 전력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많은데, 삼성전자 사업보고서를 보면 에너지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2025년 기준 33만7천942TJ(테라줄)과 1천826만5천108t(이산화탄소 환산량)에 달했다. 이는 2023년(30만1천635TJ·1천733만8천149t)에 견줘 늘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2025년 에너지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9만8천103TJ와 499만4천862t으로 역시 2023년(9만4천552TJ·478만4천221t)보다 늘었다.

반도체업계는 전기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도록 원자력발전소와 액화천연가스(LNG) 열병합 발전소를 요구하고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DS(반도체·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 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 정부에 원전 확대와 전력구매계약(PPA), LNG 열병합 발전 추진을 요구했다.

문제는 원전은 방사성폐기물, LNG 발전은 메탄 등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재생에너지(는) 많지만, 기저 전력이 문제가 되지 않을까 (기업들이) 걱정한다고 한다"면서 "그 우려까지 선제적으로 해결하면 좋겠다"고 당부해 이런 문제들은 등한시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지난해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으로 반도체 산단에 에너지 공급을 담당하는 부처와 환경영향평가를 맡는 부처가 기후부로 같아진 터라, 국정 최고책임자가 속도전을 당부하면서 환경영향은 부차적인 문제로 취급될 공산이 큰 상황이다.

다른 메가프로젝트인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도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

서버를 돌리는 데 막대한 전력이 소비되고, 서버의 열을 식히는데 어마어마한 물을 냉각수로 써야 하다 보니 미국 등에선 주민이 데이터센터 설립에 반대하며 사업이 중단되기도 한다. 데이터센터 장비를 냉각하는 데 사용되는 과불화합물(PFAS)도 문제로 지적된다.

미국 조사기관 '데이터센터 워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미국에서 지역 반대에 부딪혀 지연되거나 중단된 데이터센터 사업이 75건에 달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