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서 베토벤까지… ‘이성적 낭만’의 향연

아바도 국립심포니 음악감독
정기연주회서 세 번째 지휘봉

콘서트홀에선 어쩌다 한번씩 단원과 관객 모두를 한 차원 더 높은 곳으로 이끌어가는 지휘자를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한다. 지난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로베르토 아바도 음악감독의 제265회 정기연주회가 그러했다. 올해 1월 취임한 아바도가 음악감독으로서 세 번째로 지휘봉을 잡은 무대였다.

마에스트로 로베르토 아바도가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제265회 정기연주회에서 격정적으로 지휘하고 있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아바도는 거장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조카로, 뮌헨 방송교향악단 등을 거쳐 현재 볼로냐 시립극장 필하모닉 상임지휘자를 겸하는 마에스트로. 취임 당시 그는 3년 임기 동안 ‘멘델스존과 슈만’, ‘괴테와 음악’, ‘셰익스피어와 음악’을 주제로 시즌을 짜겠다고 예고했다. 괴테를 매개로 멘델스존과 슈만을 배치하고 베토벤으로 귀결시킨 이날 프로그램은 그 청사진이자 아바도가 표방해온 ‘이성적 낭만’의 축소판이었다.

공연은 멘델스존의 연주회용 서곡 ‘고요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로 문을 열었다. 현악의 정적인 화음 위에 관악과 팀파니가 더해지며 항해의 움직임을 입체적으로 그려낸 호연이었다. 이어진 슈만의 합창곡 ‘미뇽을 위한 레퀴엠’은 괴테 탄생 100주년이던 1849년 작곡된 작품으로, 국내에서 실연을 접하기 힘든 대편성 곡이다.

2부 베토벤 교향곡 7번에서 아바도는 자신의 이데아를 여실히 드러냈다. 특히 2악장 종반부 조각난 주제 선율이 현악군과 목관군 사이를 오가다 악장 첫머리의 화음으로 되돌아가 닫히는 대목에서 악기군별 입체감을 뚜렷이 살렸다. 잠시 숨을 고른 아바도는 3, 4악장을 단숨에 이어가며 고양된 정서를 폭발시켰다. 한 차원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려는 지휘자의 의지와 이에 호응하는 단원들의 진심이 객석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열띤 박수에 여러 차례 커튼콜로 답하던 아바도는 눈물이 난다는 제스처까지 하며 감동을 객석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