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실적보다 ‘이것’ 먼저 봐야…홍춘욱이 말한 ‘코스피 1만’의 조건 [잘살아보세]

“코스피 1만 가능하나 주주환원 없인 유지 어려워”
“반도체 쏠림은 정상…문제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코스닥 살리려면 코스피200 특례편입부터 손봐야”

국내 증시는 최근 인공지능(AI) 투자 과열 논란과 메모리 업황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주 본격화하는 2분기 실적 시즌은 하반기 증시의 향방을 가늠할 첫 시험대로 꼽힌다. 특히 7일 잠정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자와 이달 29일 실적 발표가 예상되는 SK하이닉스의 성적표는 반도체 업황의 지속 가능성과 국내 증시 전반의 투자심리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0.46% 하락한 8051.33에 거래를 종료한 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마감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증권가에서는 메모리 가격 상승세와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경우 반도체를 중심으로 ‘코스피 1만 시대’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코스피 1만 포인트 돌파가 가능하다고 본다”면서도 “지금 시장에서 더 중요한 질문은 1만을 갈 수 있느냐가 아니라 그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세계일보 유튜브 코너 <잘살아보세>에서는 홍춘욱 대표와 코스피 1만 시대 가능성부터 반도체 쏠림 현상, 변동성 장세에서의 투자 전략, 한국 증시의 구조적 과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코스피 1만 시대’가 실제로 가능하다고 보나

 

“가능은 한데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좀 걱정이 된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반도체다. 마이크론이 내년까지 300조 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예고했고, 중국 CXMT 등도 수십조 원을 들여 본격 양산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 반도체 호황이 내년, 내후년에도 계속 유지될지 의문이다.

 

두 번째는 주주 보상 문제다. 작년 연말 기준 우리나라 시가총액이 3,500조 원 규모였는데 배당금은 고작 35조 원, 즉 1% 수준에 불과했다. 기업이 돈을 잘 벌면 뭐 하나. 회사가 적자거나 어려울 때 참아준 주주에 대한 보상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우리나라는 재산권 관점에서 여전히 제한적이고 위계적인 소유권의 나라다. 주주 자본주의가 정착되지 않는 한,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증시의 하방 지지선이 올라오긴 어렵다. 시장이 변동성으로 1만 피, 2만 피도 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걸 유지할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은 더 필요하다.”

 

 

―반도체를 제외한 한국 증시의 기초체력(펀더멘탈)은 어느 수준인가

 

“한마디로 비싸다. 지금은 반도체만 싸고, 반도체 이외의 기업들은 역사적 밸류에이션에 비해 과도하게 비싼 편이다. 반도체가 오르는 덕분에 억지로 끌려 올라간 여러 테마주가 섞여 있어 착시를 일으키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반도체 쏠림 장세’를 경계해야 할까?

 

“오히려 정상이다. 전체 기업 이익 중 70~80%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에서 나오는데, 시가총액 비중이 그만큼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오히려 실적 대비 주가는 싼 편이다. 진짜 문제는 이 회사들을 대상으로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 등 사실상 ‘합법적 카지노판’이 만들어져 시중 자금이 교란되는 것이다. 반도체 기업 자체에 집중 투자하는 것은 충분히 합리적이고 올바른 방법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연합뉴스

 

―반도체 비중이 줄어들고 다른 업종으로 돈이 도는 ‘순환매’, 부정적 신호인가

 

“반도체 비중이 줄어드는 순환매가 돌면 이번 장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도 애플 등 세트(완제품) 업체들의 주가가 안 빠지는 것을 두고 과열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가격이 이렇게 치솟으면 닌텐도, 소니, 삼성 DX 부문, 샤오미 같은 완제품 업체들은 마진을 깎아 먹거나 가격을 무리하게 올려야 하므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들 주가까지 동반 상승한다는 것은 시장이 버블 국면에 진입했다는 뜻이다.”

 

―최근 알테오젠 등 코스닥 대장주들의 유가증권(코스피) 이전 상장 논란이 뜨겁다. 코스닥 시장이 다시 살아나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하나?

 

“코스피200 특례편입 제도부터 손봐야 한다. 우량 기업들이 코스피로 옮겨가는 진짜 이유는 국민연금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약 600조 원어치 쥐고 있는데, 이들의 벤치마크 지수가 코스피200이다.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하자마자 특례편입 조건이 되면 국민연금의 엄청난 매수세(지수 1% 편입 시 약 6조 원)가 들어온다. 기업을 키워낸 이들 입장에서는 이때가 가장 확실한 엑시트(자금 회수) 기회인 셈이다. 

 

반면 미국 S&P 500은 다르다. 적자 기업을 배제하고 유통 주식 수와 의결권 구조 등을 깐깐하게 따져 오랜 시간에 걸쳐 지수에 편입한다. 우리나라도 코스피200 특례편입 제도를 미국처럼 엄격하게 바꾸면 우량 기업들이 굳이 코스닥을 떠날 이유가 없다. 지금은 좋은 기업들은 다 빠져나가고 남은 기업들만 있다 보니 코스닥 시장 전체의 PER(주가수익비율, Price Earnings Ratio)이 100배가 넘는 기형적인 구조가 됐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리밸런싱(비중 조절)이 증시에 재앙이 될 거라는 우려도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장 대규모 매물이 쏟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연금 거버넌스 차원에서 국내 주식 매도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어느 정도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과거 2022년처럼 리밸런싱을 억지로 막아두었다가 시장 폭락기(코스피 3,300→2,200)에 연금 전체가 큰 손실을 보고 파산론, 개혁론으로 이어졌던 뼈아픈 기억이 있다. 무작정 매도를 막는 리밸런싱 지연은 장기적으로 연금 자산에 대단히 위험한 일이지만, 당장 개인 투자자들이 국민연금의 매도 폭탄을 과도하게 공포스러워할 필요는 없다.”

 

―코스피 고점론이 나오는 지금, 투자를 시작하려는 이들이 점검해야 할 원칙은

 

“내가 ‘모멘텀 투자자’인가 ‘평균 회귀 투자자’인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달리는 말에 올라타는 모멘텀 투자자라면 지금도 매수할 타이밍이다. 추세가 살아있을 때는 가격을 따질 필요가 없다. 반면, ‘영원한 추세는 없고 자산 가격은 결국 역사적 평균으로 돌아온다’고 믿는 평균 회귀 투자자라면 주식에만 올인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오버슈팅 구간일 수 있으므로, 시장이 붕괴했을 때 가치가 오르는 안전자산(미국 달러화 표시 채권, 금 등)에 분산 투자해야 한다. 한국 주식뿐만 아니라 미국 주식, 미국 채권, 금, 리츠 등으로 자산군을 다변화해 두어야만 최악의 순간에 원금을 지키고, 남들이 피 흘릴 때 비로소 우량 자산을 저가 매수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