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장시간 노동’ 국가 한국

장시간 근로는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한다. 세계 각국이 법으로 근로시간을 정해 근로자를 보호하는 이유다. 우리나라 역시 1953년 근로기준법을 제정하면서 법정 근로시간을 하루 8시간(주 48시간), 주 6일 근무로 정했다. 초과근무를 포함해 1주 최대 근로시간은 72시간이었다. 산업화를 거치면서 근로시간을 줄이려는 움직임은 더욱 가팔라졌다. 1989년에 주 44시간으로 근로시간을 줄였고, 2004년 주 5일 근무제의 단계적 시행을 거쳐 2018년부터는 주 40시간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평균 근로시간은 점차 감소 추세이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장시간 노동’ 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진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근로자의 연평균 노동시간이 1833시간으로 OECD 주요 회원국 중 여섯 번째로 긴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보다 연평균 노동시간이 긴 국가는 멕시코, 코스타리카, 칠레, 그리스, 이스라엘 등 5곳뿐이다. OECD 평균 노동시간 1736시간과 비교하면 무려 97시간이나 많다.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독일보다는 연간 501시간 넘게 더 일했다. 연간 2개월가량(63일)을 더 일하는 ‘과로 사회’에 가깝다.



정부가 2030년까지 OECD 평균 1700시간대로 낮추기 위해 주 4.5일제 도입 등을 포함한 로드맵을 추진 중이다. 일률적인 노동시간 단축은 득보다 실이 많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명목임금 상승률이나 물가 상승률과 비교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매우 높았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우리나라의 명목임금은 39.6%, 소비자물가지수는 22.9% 올랐지만, 시간당 최저임금은 79.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시간당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고작 12.4%에 그쳤다.

OECD 분석 결과 2024년 기준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5.2달러로 G7(주요 7개국) 평균인 80.2달러의 68.8%였고 미국(100.1달러)이나 독일(91.2달러) 등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청년 실업은 국가 성장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노동계는 임금 삭감 없는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일하고 싶은’ 청년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탄력적이고 유연한 고용 정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