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 1당이자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지도부를 뽑는 8·17 전당대회가 김민석 전 국무총리의 출마 선언으로 사실상 막을 올렸다. 정청래 전 대표와 송영길 의원의 출마도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당권 경쟁은 김민석의 ‘여당다운 여당’, 정청래의 ‘검찰개혁과 적통’, 송영길의 ‘2030 청년 민심·반정청래’ 구도로 짜이는 모습이다. 김 전 총리가 출마 첫날부터 정 전 대표 체제를 정면 비판하자 친청(정청래)계와 친석(김민석)계가 즉각 충돌하면서 전당대회 초반부터 계파 간 신경전도 달아오르고 있다.
이날 전남광주 전일빌딩과 국회에서 각각 출마를 선언한 김 전 총리는 선언문에서 원만한 당청관계 및 집권여당으로서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지난 1년여간 청와대와의 갈등설이 계속됐던 정 전 대표를 겨냥한 비판도 담겼다. 그는 “민주당이 지난 1년,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국정 지지를 정당 지지와 선거 결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며 “자기정치의 폐해가 당과 당·정 협력을 혼선에 빠뜨렸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검찰개혁안 논의, 공천과 선거전략에서 정청래 지도부가 계속 문제점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총리는 “지금 절박하고 엄격하지 않으면 우리는 총선패배의 늪으로 빠져들 수 있다”며 “절박한 긴장감과 매서운 엄격함으로 당대표 교체의 결단을 내려주실 것을 당원과 지지자 여러분께 호소드린다”고 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집권을 했는데 집권여당이 아니라 ‘집권야당’처럼 비쳐진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을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같으면 통합하고, 다르면 연대하고, 끊임없이 확장하는 3박자 대통합의 관점에서 다른 정당, 정파, 개인과의 관계를 정립하고 대대적인 ‘대통합 플랜’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당원주권 확대와 검찰·사법·언론 개혁 추진, 범부처 청년장관회의의 초당적 운영과 같은 당 청년정책 플랫폼 도입도 약속했다. 특히 “훼손된 시스템 공천의 공정성 회복 작업도 즉각 시작할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송 의원은 8일 출마를 예고했다. 정 전 대표 출마결정이 늦어지면서 선제적으로 출마를 결정한 셈이다. 송 의원은 최근 ‘2030 세대’와 관련한 메시지를 부쩍 늘리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당 전국대학생위원회 행사에 참석해 “제가 당 대표가 된다면 ‘2030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2030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수립하고 당 동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며 “2030년에 대통령선거가 있다. 정권 재창출이 민주당 개혁의 핵심”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오로지 2030”이라면서 “2030 없이는 2030 대선은 없다”고 했다. 송 의원은 동시에 강고한 ‘반정청래’ 기조도 보인다. 송 의원 측 한 관계자는 “송 의원은 정 전 대표가 연임하면 정부가 어려워진다는 생각이 확고하다”고 전했다.
김 전 총리, 송 의원과 맞서는 형국이 된 정 전 대표는 아직 출마를 위한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 전 대표는 호남 일대를 돌면서 지역민심을 청취하고, 해당 일정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것으로 자신의 행보를 설명하고 있다. 이날에는 경기도의회와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만난 사실을 공개했다. 정 전 대표 측에서는 그의 출마 결정 시점이 다음주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 전 대표는 보완수사권 폐지를 핵심으로 하는 검찰개혁 이슈를 연일 강조하고 있다.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에 소구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강조하는 메시지가 올라오는 것이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 전 대표가 또 다른 메시지로 내세우는 것은 ‘통합’이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단결하면 승리한다”며 “저는 단결의 단어, 동지의 단어만 쓰겠다”고 했다.
김 전 총리의 출마 선언 직후 친정계와 친석계 의원들의 충돌도 표면화했다. 친청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민주당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서 “이렇게 남 탓을 하는 것이 김민석 당대표 후보 본인의 ‘자기 정치 폐해’나 ‘당정협력 혼선’을 초래하는 자기 정치가 아니냐”고 따졌고, 김 전 총리가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에 감기약을 복용하고 잠에 들어 불참한 점을 재차 거론했다. 이에 강득구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김 전 총리는) 과로로 감기약을 먹고 일찍 잠들었다가 계엄 소식에 놀라 국회로 달려왔고 차량 진입이 막힌 국회 주변을 돌다 담을 넘어 본회의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표결이 끝나 있었다고 했다”며 “저는 (당시) 국회에서 김 전 총리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한다”고 적었다. 강 최고위원은 “이미 공개적으로 해명되고 확인된 사실을, 당 대표 출마 첫날 다시 꺼내 흠집내기로 몰아가는 게 정말 당을 위한 문제 제기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