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9기 광역단체장이 이달 들어 취임했지만, 전임 단체장이 임명한 공공기관장, 출자·출연기관장이 임기 보장을 요구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세계일보 취재에 따르면 단체장 임기 종료와 함께 산하 기관장의 임기도 만료되는 임기연동제를 조례로 도입한 광역지자체는 전국 16곳 중 절반인 8곳에 그친다. 그간 전임 단체장의 ‘알박기’ 인사와 신임 단체장의 사퇴 종용 압박, 이에 따른 법적 공방 등이 권력 교체기마다 반복돼온 게 현실이다.
지난 1일부터 연동제 조례가 시행된 인천에선 조례 시행 전에 전임 시장이 임명한 기관장의 잔여 임기가 보장된다. 그러다 보니 신임 박찬대 시장 측의 압박에도 자진해서 사퇴한 이는 없다고 한다. 이들 기관장 다수는 2∼3년인 임기를 작년부터 시작해 상당 기간 박 시장과의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해졌다. 이들이 불협화음 없이 새로운 시정 운영방향에 맞춰 통일성·효율성 높은 행정을 선보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책 엇박자로 소모적 갈등만 거듭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온다.
임기연동제를 도입한 지자체에서도 기관장 일괄 교체가 능사는 아니다. 지자체장이 교체됐다는 이유만으로 전문성과 독립성이 요구되는 기관장까지 사퇴시키면 행정의 연속성이 흔들릴 수 있다. 자율성과 전문 식견이 필요한 자리라면 임기를 지켜주는 게 낫다. 지자체장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정무형 기관장은 자신을 임명한 지자체장의 임기에 연동하되, 전문성과 독립성이 요구되는 기관이라면 연속성을 보장해 주는 게 바람직하다.
이런 운용 방식은 중앙정부에도 필요하다. 미국 의회는 대선 전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적 임명직에 해당하는 자리를 여야 합의로 정리한 책인 플럼북(plum book)을 낸다. 우리도 중앙·지방정부에서 권력 교체가 이뤄질 경우 임명권자의 임기에 연동시킬 자리와 그러지 않을 자리를 조례나 법률로 확정해 놓을 필요가 있다. 물론 공공기관장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임원추천위원회·공공기관운영위원회 등을 통해 전문성과 자질을 엄격히 검증해야 한다. 영남권의 한 광역단체는 6·3 지방선거 직후 모든 산하기관에 대해 감사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단체장 호불호를 기준으로 기관장을 ‘찍어내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