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개표소 봉쇄’ 32일째…경찰, ‘올다르크’ 등 시위 관련 서건 71건 수사 돌입

2030 이탈에 반토막 난 시위 동력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개표소 봉쇄 시위가 1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시위대 참가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개표소 봉쇄 시위가 32일째 장기화하는 가운데 경찰이 시위 관련 사건 83건 중 71건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에 착수했다. 봉쇄가 장기화 되면서 경기장에 입주한 12개 체육단체의 업무 마비 피해는 커지고 있다. 반면 시위 초기 주축이었던 2030세대가 과격화 양상에 반발해 이탈하면서 시위 참가 인원은 첫 주말 대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 폭행부터 공무집행방해까지 시위 관련 사건 71건 수사

 

홍석기 신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올림픽공원 시위 관련 사건 접수 및 수사 현황을 발표했다.

 

홍 본부장은 “올림픽공원 시위 관련 총 83건, 186명에 대한 접수가 있었다”며 “이 중 71건, 176명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고 12건, 10명에 대해서는 수사를 종결했다”고 밝혔다.

 

수사 중인 71건은 폭행 사건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혐의별로 살펴보면 폭행 등 사건이 53건에 74명으로 집계됐다.

 

명예훼손과 모욕 등은 10건에 66명이다. 강요와 업무방해 등은 5건에 27명이다. 공무집행방해는 3건에 9명이다.

 

이미 수사가 종결된 12건 가운데 7건에 연루된 4명은 검찰에 송치됐다. 이들은 경찰관을 상대로 한 공무집행방해와 일반 시민 폭행 등 혐의를 받으며 이 중 1명은 구속됐다.

 

나머지 5건에 연루된 6명은 일반 시민 간 폭행 등 사건으로 불송치 처리됐다.

 

◆ ‘올다르크’ 30대 여성 및 정원오 전 후보 관련 수사 속도

 

체육단체 관계자들의 경기장 진입을 홀로 막아 이른바 ‘올다르크’로 불리는 30대 여성 A씨에 대한 경찰 조사도 이르면 이번 주 중 진행된다.

 

A씨는 지난달 16일 성조기를 두른 채 핸드볼경기장 출입구를 2시간가량 막았다. 경찰은 A씨가 대한체육회 등 관계자들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6·3 지방선거 당시 불거진 정원오 전 서울시장 후보의 ‘멕시코 칸쿤 출장’ 관련 허위사실공표 의혹 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홍 본부장은 “관련 사건은 (지난) 4월 15일 접수됐다”며 “정 전 후보 관련 사건 대부분을 성동경찰서에서 수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2030세대 이탈로 첫 주말 정점 찍고 반토막 난 시위 규모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시위 규모는 첫 주말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열린데이터광장이 제공한 서울시 지하철 역별 승하차 인원 정보에 따르면 봉쇄 시위 첫 주말인 지난달 6일 올림픽공원역 누적 이용객은 11만8369명을 기록했다.

 

직전 주 토요일 이용객이 약 4만 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날 하루에만 약 8만명이 시위 참가를 위해 현장을 찾은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규모 인원은 유지되지 못했다. 두 번째 주말인 지난달 13일 올림픽공원역 이용객은 7만5731명으로 감소했다. 평소 주말 이용객 4만 명을 제외하면 순수 시위 참가 목적의 인원은 3만 명대까지 떨어졌다.

 

◆ ‘재선거’에서 ‘부정선거’로 변질된 구호가 부른 동력 상실

 

시위 참가자가 급감한 결정적 원인은 시위 양상의 변질이다. 시위 초기 현장에서는 행정 오류에 대한 책임을 묻는 ‘재선거’ 구호가 주를 이뤘다.

 

참가자들은 대중의 거부감을 낮추기 위해 ‘부정선거’ 구호를 자제하고 극우 단체의 상징물로 여겨지는 성조기 사용도 피했다.

 

그러나 지난달 8일을 기점으로 현장 분위기가 급변했다. 구호는 ‘부정선거’로 강경해졌다.

 

현장에 붙은 ‘태극기만 흔들어달라’는 벽보에는 굵은 펜으로 ‘성조기 가능’이라는 문구가 덧씌워졌다. 소지품 무단 수색 등 과격화 조짐마저 뚜렷해졌다.

 

이 같은 변화는 행정 절차 오류에 분노해 자발적으로 모였던 2030세대의 대거 이탈을 부른 것으로 풀이된다.

 

절차적 정당성을 요구했던 청년층이 집회의 정치 세력화와 극단적인 이념 표출에 거부감을 느끼고 발길을 끊은 것이다.

 

실제 빅데이터 검색 트렌드 추이는 오프라인 시위 현장의 세대교체를 명확히 보여준다.

 

검색어 분석 데이터에 따르면 시위 첫 주에는 2030세대의 주요 관심사인 ‘재선거’ 검색량이 ‘부정선거’를 두 배 이상 앞섰다.

 

하지만 시위가 과격화된 지난달 10일을 기점으로 5060세대 이상이 주로 검색하는 ‘부정선거’ 키워드 검색량이 ‘재선거’를 추월했다.

 

이는 집회의 주도권이 절차적 투명성을 요구하는 청년층에서 정치적 이념을 표출하려는 중장년층으로 완전히 이동했음을 입증하는 객관적 지표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