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권준영 기자] 무려 11점 차 열세도 벼랑 끝에 몰린 한국 남자농구를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대표팀은 운명의 한일전에서 숙적 일본을 상대로 대역전극을 완성하며 기사회생했다. 2027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 월드컵 아시아 예선 2라운드 진출의 불씨도 다시 살렸다.
한국은 6일 고양소노아레나에서 열린 일본과의 2027 FIBA 농구 월드컵 아시아 예선 1라운드 6차전에서 81-79로 승리했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한국은 막판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마지막 고비를 넘었다.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대표팀 에이스 이현중(샌안토니오 스퍼스)은 NBA 도전을 위해 이번 예선에 나서지 않았고, 한국프로농구(KBL)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이정현(고양 소노)도 지난 3일 대만전에서 당한 발목 부상 여파로 결장했다. 전력 누수가 적지 않았지만, 한국은 홈팬들 앞에서 투혼을 발휘하며 이를 극복했다.
이날 경기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일본은 1쿼터 초반부터 빠른 공수 전환과 외곽슛으로 기선을 제압했고, 한국은 한때 11-19까지 끌려갔다. 하지만 이우석(상무 농구단)과 문정현(수원 KT)이 공격의 활로를 뚫었고, 에디 다니엘(서울 SK)이 자유투와 끈질긴 수비로 분위기를 바꿨다. 여기에 유기상(창원 LG)의 3점슛까지 터지면서 한국은 1쿼터를 25-25 동점으로 마쳤다.
2쿼터에도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다. 이우석과 여준석이 득점으로 버텼지만, 외곽슛은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전반 3점슛 14개 가운데 단 1개만 성공하며 성공률은 6.7%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다니엘이 연속 스틸로 일본의 공격 흐름을 끊어냈고, 한국은 35-37로 추격의 불씨를 살린 채 전반을 마무리했다.
승부의 흐름은 3쿼터에서 뒤집혔다. 한국은 일본의 속공과 외곽포에 밀려 한때 43-54, 11점 차까지 뒤졌지만 끝내 무너지지 않았다. 최준용(부산 KCC)의 스텝백 3점슛으로 추격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변준형(안양 정관장)의 돌파 득점이 이어지며 흐름을 한국 쪽으로 가져왔다. 백미는 쿼터 종료 52초 전이었다. 다니엘이 상대 패스를 가로챈 뒤 코트를 질주해 호쾌한 속공 덩크를 꽂으며 경기장의 열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뒤이어 최준용이 종료 19초 전 페이드어웨이 점퍼를 성공시키며 한국은 55-54 역전에 성공, 1점 앞선 채 마지막 10분을 맞았다.
승부를 결정지은 건 마지막 10분이었다. 이우석이 연속 득점으로 공격을 이끌었고, 장재석(부산 KCC)도 골밑에서 침착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힘을 보탰다. 강한 압박 수비는 일본의 실책을 유도했고, 다니엘과 이우석은 잇따라 스틸을 기록하며 속공 기회를 만들어냈다. 최준용의 연속 득점까지 더해지며 한국은 승기를 굳히는 듯했다.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었다. 일본은 종료 직전까지 거세게 추격하며 한국을 압박했고, 양 팀 모두 자유투를 놓치는 등 혼전이 이어졌다. 경기 종료 직전에는 시간 운영 과정에서도 어수선한 장면이 나왔지만, 한국은 끝내 2점 차 리드를 지켜내며 81-79 승리를 완성했다.
가장 빛난 건 기록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준 다니엘이었다. 경기 내내 왕성한 활동량과 허슬 플레이로 분위기를 주도한 그는 9점 1리바운드 3어시스트 5스틸을 기록하며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이우석은 19점, 최준용은 16점을 보태며 대표팀의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