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수사팀장, ‘케이블타이’ 증거 인멸

동기·경위 수사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23)가 지난 5월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는 모습. 사진=뉴스1

장윤기(23)의 여고생 살인 사건 초동 수사 과정에서 수사팀장이 인멸한 증거는 범행 전후 이용한 차량 내에서 발견된 ‘케이블타이’(공업용 묶음 끈) 다발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선 6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장윤기 사건을 담당했던 광산경찰서 수사팀장 A경감은 검거 직후 장윤기의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 수색 과정에서 발견한 케이블타이 다발을 실물로 압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차량 내 발견 당시 케이블타이는 구입처에서 판매하는 포장봉지에 담긴 그대로 다량이 있었으며, 규격은 길이가 다양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앞서 A경감의 부실 수사 의혹을 감찰 조사하는 과정에서 장윤기의 수사 기록에는 기재돼 있던 케이블타이가 실물로 확보·존재하지 않은 점을 확인, 강제 수사로 전환했다.

 

케이블타이는 실물로 압수하지 못했고, 주요 증거물 목록에서도 빠졌다.

 

또 차량을 수색할 당시 채증한 동영상 역시 삭제 또는 누락된 것으로 잠정 파악돼 자세한 경위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A경감을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해 케이블타이와 차량 수색 영상 인멸의 동기와 목적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특히 증거물 기재 목록 등에서 누락된 경위에 대해서는 당시 수사팀 전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A경감의 지시나 공모에 따른 증거 인멸이 드러날 경우에는 현직 경찰관 추가 입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취임 후 첫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의 초동 수사 논란에 대해 “유구무언”이라며 고개를 숙이면서 “엄정 수사를 직접 지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존 형사 라인을 전면 배제하고,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광주청 수사과장을 팀장으로 하는 22명 규모의 전담팀을 반부패 및 경제범죄수사대 중심으로 편성했다.

 

이번 수사의 핵심 쟁점은 현직 경찰 간부인 피의자 장윤기(23)의 부친 장 모 경감과 초기 수사팀 간의 유착 의혹이다.

 

사건 발생 직후 수사팀은 장윤기를 구속하면서 부친에게 피의자 원룸 주소와 현관문 비밀번호를 넘겨준 것으로 확인됐다.

 

비밀번호를 확보한 부친은 이튿날인 5월 8일 원룸에 들어가 핵심 범행 동기를 밝힐 수 있는 증거물인 훼손된 성인용품(리얼돌)을 직접 절단해 폐기했다.

 

또 본가에 보관되어 있던 장윤기의 과거 휴대전화들도 소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의 부실 압수수색 정황도 추가로 드러났다. 경찰은 범행 차량 수색 과정에서 트렁크에 숨겨진 과거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발견하지 못하고 차량을 반환했다.

 

메모리카드는 검찰이 보완수사 단계에서 재압수수색을 통해 이를 뒤늦게 확보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DNA 감식 보고서 역시 송치 나흘 뒤 회신 받았으나 실무자 실수로 누락되어 지난 2일에야 검찰에 지연 송부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