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를 폐지하면서 국내 2위 대형마트가 파산 기로에 섰다.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 메리츠금융그룹이 오는 17일까지 2000억원 규모의 자금 마련에 합의하지 못하면 파산은 현실이 된다. 홈플러스 한 곳의 위기로 끝나지 않고 입점업체·중소 협력사와 자영업 경기 전반으로 충격이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법원 “회생계획 수행 가능성없다”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정준영 법원장)는 지난 3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홈플러스가 지난해 3월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지 1년 4개월 만이다.
법원은 회생계획안이 수행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관계인집회의 심리·의결에 부치지 않은 채 절차를 폐지했다. 회생에 필요한 최소 자금인 2000억원 조달에 실패한 점이 결정적이었다.
법원은 6월 말까지 자금 조달 방안을 소명하라고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냈으나, 홈플러스가 낸 수정 회생계획안에는 실질적인 외부 자금 조달 방안이 담기지 못했다.
◆ 텅 빈 매장… 입점업체도 속속 철수
회생 폐지 결정 이후 홈플러스 매장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매장 곳곳에 걸린 노란 리본에는 “월급을 달라”, “홈플러스 정상화를 이행하라”는 직원들의 절박한 호소가 적혔다.
납품 차질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냉장고에는 식품 대신 주걱이 채워졌고, 냉장 음료가 있어야 할 자리엔 김밥 김만 가득했다.
옷 가게와 음식점 등 입점업체들도 이미 여러 곳이 문을 닫아 매장에는 적막감마저 감도는 것으로 전해진다.
◆ 17일까지 2000억… 파산이냐 회생이냐
홈플러스가 파산하면 충격은 매장 밖으로 번진다. 직간접 고용 인력 1만3000여명은 물론, 수천 곳의 입점·납품업체와 후순위 채권자까지 10만여명이 피해를 볼 것으로 추산된다.
입점업체와 중소 협력사가 줄줄이 타격을 받으면서 연쇄 붕괴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처럼 파산 우려가 커지면서 정치권도 움직였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6일 전체회의를 열고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금융그룹을 출석시키는 청문회를 추진하기로 했다.
청문회가 성사되면 홈플러스의 경영 악화 과정과 MBK의 경영 책임, 메리츠금융과의 금융 거래 구조 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대형마트 한 곳의 파산이 협력사와 자영업, 나아가 폐업 100만 시대의 고용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개별 기업의 부실을 넘어 유통 생태계 전반의 안전망을 시험하는 시금석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