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압 따위로는 축구를 이길 수 없음을 증명한 한 판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화 외압’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벨기에가 미국을 대파하는 ‘참교육’으로 정의구현에 성공했다.
뤼디 가르시아 감독이 이끄는 벨기에 축구대표팀은 7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시애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에서 샤를 드 케텔라르의 전반 멀티골과 후반 추가골을 앞세워 미국을 4-1로 대파했다. 조별리그에서 1승2무를 기록하며 32강에 오른 뒤 32강전에서 세네갈과 연장 혈투 끝에 2-1로 승리해 16강에 올랐던 벨기에는 이날 승리로 3위를 차지했던 2018 러시아 이후 8년 만에 다시 월드컵 8강 무대에 복귀했다.
반면 미국은 간판 공격수인 폴라린 발로건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32강전에서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해 이날 경기 출전이 불가능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으로 선발 출장했다. 트럼프가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퇴장 조치가 부당하다고 ‘민원’을 넣었고, 이에 FIFA는 발로건의 레드카드를 집행유예했다. 정치권의 부당한 개입을 철저히 금하는 FIFA가 개최국이자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개입에 굴복한 모양새였다. 그러나 이날 경기 전까지 이번 월드컵에서 3골을 넣으며 미국 내에서 최다골을 기록한 발로건의 선발 출장에도 미국은 전력 차를 극복할 수는 없었다. 어차피 질 경기를 트럼프가 개입하면서 그야말로 개망신을 당한 셈이다.
트럼프의 외압 의혹으로 전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모은 이날 경기에서 벨기에는 한 수 위의 전력을 자랑하며 미국을 격침시켰다. 가르시아 감독은 미국을 상대하기 위해 팀 내 간판이자 벨기에가 자랑하는 황금세대의 얼굴인 케빈 데 브라위너를 비롯해 벨기에 A매치 역대 최고득점자인 로멜루 루카쿠, 차세대 에이스 제레미 도쿠 등을 벤치에 앉히고 젊은 선수들로 라인업을 짰다.
가르시아 감독의 용병술은 경기 초반부터 빛을 발했다. 전반 9분,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니콜라 라스킨이 세컨드 볼을 따내 낮은 크로스를 보냈고, 드 케텔라르가 밀어 넣으며 포문을 열었다.
벨기에는 전반 20분께 미드필더 아마두 오나나가 경합 상황에서 다리 쪽을 다쳐더 뛰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한스 바나컨으로 교체하는 변수가 발생한 가운데 전반 31분 동점 골을 내줬다. 발로건이 페널티 아크 바로 뒤쪽 좋은 위치에서 얻어낸 프리킥을 말리크 틸먼이 오른발로 때렸고, 수비에 맞고 굴절되면서 티보 쿠르투아 골키퍼가 역방향에 걸려 그대로 골을 허용했다.
그러나 벨기에는 2분 만에 곧바로 리드를 되찾아왔다. 트로사르의 크로스에 이은 드 케텔라르의 헤더 골이 터지며 리드를 되찾은 채 전반을 마쳤다. 조별리그와 32강전에서 골을 터뜨리지 못했던 드 케텔라르는 멀티골을 터뜨리며 미국을 제대로 ‘참교육’했다.
후반 반격 기회를 엿보던 미국은 후반 12분 골키퍼 맷 프리즈의 치명적인 실수로 추가 실점하며 자멸했다. 프리즈가 후방에서 길게 올라온 공을 처리하려고 앞으로 나와 트래핑했으나 이후 제대로 걷어내지 못하면서 드 케텔라르가 끊어내 바나컨에게 연결했고, 바나컨이 빈 골대를 향해 찬 공이 굴러 들어가며 사실상 쐐기를 박았다.
후반 추가 시간엔 벨기에 베테랑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도 득점포를 가동하며 완승을 자축했다. 루카쿠는 지난달 27일 뉴질랜드와의 조별리그 3차전부터 3경기 연속 골을 넣어 벨기에 역대 A매치 최다 득점 기록을 93골로 늘렸다.
논란 속에 출전한 발로건은 후반 추가 시간까지 풀타임 가까이 소화했으나 후반37분 왼쪽 측면 드리블 돌파 이후 시도한 슈팅이 벨기에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에게 막히는 등 패배를 막지 못했다. 미국은 스포츠 정신을 망각하면서까지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성적에 집착하는 모양새였지만, 이날 대패로 희대의 대망신을 당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