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고물가가 바꾼 2030 생존법…‘야행성 무지출 챌린지’

낮엔 공용공간, 밤엔 마감할인 찾는 등 무지출 노력
게티이미지뱅크

기록적인 폭염과 고물가가 겹친 올여름, 일부 청년층 사이에서 낮 활동을 줄이고 소비와 생활을 밤 시간대로 몰아서 하는 이른바 ‘야행성 무지출 챌린지’가 소셜미디어(SNS)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치솟는 밥상 물가와 냉방비 부담을 활동 시간대 조절로 버텨보려는 시도로, 앞서 확산한 ‘무지출 챌린지’·‘짠테크’가 여름철 기후와 결합해 변형된 형태다.

 

◆ 낮엔 무료 공용공간, 소비는 해 진 뒤 심야 특가로

 

‘야행성 무지출 챌린지’를 실천하는 이들의 하루 일정은 온도와 비용에 맞춰 이뤄진다. 이들은 기온이 가장 높은 낮 시간에는 집 안의 냉방 기기를 모두 끈다.

 

이후 도서관이나 구청, 주민센터 휴게실 등 냉방이 제공되는 무료 공용 공간에 머물며 더위를 피한다.

 

본격적인 소비와 외부 활동은 기온이 다소 떨어지는 저녁 이후로 미룬다. 식사는 대형마트의 야간 마감 할인을 노리거나 저렴한 24시간 무인 매장을 활용해 해결한다.

 

산책이나 운동 역시 붐비지 않는 밤 시간대 공공 체육시설과 공원을 이용한다. 한 푼이라도 더 아끼기 위해 냉방비와 외식비를 동시에 줄이는 시간표를 짠 셈이다.

 

◆ ‘무지출 챌린지’와 ‘거지방’에서 이어진 소비 절약의 진화

 

이런 움직임은 최근 몇 년간 청년층에 굳건히 자리 잡은 절약 문화의 연장선에 있다. 하루나 일주일 동안 불필요한 지출을 아예 끊는 ‘무지출 챌린지’는 이미 익숙한 풍경이다.

 

특히 소액을 악착같이 아껴 모으는 ‘짠테크’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서로의 지출 내역을 가차 없이 지적하는 ‘거지방’ 문화도 널리 퍼져 있다.

 

여기에 올여름 유례없는 폭염이 더해지면서 절약의 기준마저 바뀌었다. 이제 청년들은 돈을 얼마나 쓰느냐를 넘어 언제, 어떤 온도에서 활동하느냐까지 철저히 관리 대상으로 삼고 있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심야까지 개방하는 무료 시설이나 에어컨이 강하게 가동되는 공공 공간 목록을 정리해 공유하는 게시글이 수시로 올라온다.

 

◆ 체감물가 급등과 냉방비 폭탄 우려가 부른 나비효과

 

이러한 극단적인 소비 조절의 근본적인 배경으로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 살인적인 고물가가 꼽힌다.

 

7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다시 3%대로 진입했다. 특히 신선식품을 비롯한 먹거리 가격 부담이 치솟으며 청년들의 체감물가를 강하게 끌어올리고 있다.

 

여기에 여름철 냉방 수요가 폭증하면서 전기요금 누진세 이중고까지 겹쳤다. 상대적으로 1인 가구 비중이 높은 2030 청년층이 생계를 위해 지출을 더 촘촘하게 관리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최근 39세 이하 가구의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필수 지출 항목인 주거비와 수도광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상승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1인 가구의 월평균 광열비 지출액은 최근 몇 년 사이 2만 원 이상 급증했다. 특히 원룸이나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청년 1인 가구는 단열 등 주거 환경이 열악해 여름철 폭염에 더 취약하다.

 

결국 야행성 무지출 챌린지는 단순한 온라인 유행이 아닌, 소득 정체와 기후 변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한 청년 세대가 일상의 시간표까지 포기하며 대응하는 구조적 생계 위기의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