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와 미국이 7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스타디움에서 격돌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은 예상보다 많은 시선이 쏠렸다. 바로 미국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AS 모나코·사진) 때문이다. 발로건은 지난 2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32강전(2-0 미국 승)에서 결승골을 넣은 뒤 상대 선수의 발목을 밟아 레드카드를 받았다. 그런데 FIFA는 16강전을 앞두고 퇴장에 따른 발로건의 출전 정지 집행을 1년 유예한다는 이상한 결정을 내놨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징계 재검토를 요청했다는 것이 알려져 형평성 논란이 커졌다. 인판티노 회장은 이에 성명을 통해 “FIFA의 사법 기구는 독립적”이라면서 자신이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항변했지만 여론은 좋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벨기에를 상대로 발로건을 선발로 내세웠다. 벨기에 응원단은 이에 대한 항의 표시로 레드카드를 들어 보였다. 그리고 벨기에는 4-1 완승으로 미국을 ‘참교육’하며 8강에 진출했다. 샤를 더케텔라러(아탈란타)가 멀티골로 맹활약했다. 2018년 러시아 대회 3위가 역대 월드컵 최고 성적인 벨기에는 2022년 카타르 대회 조별리그 탈락의 아쉬움을 딛고 이번 대회는 8강에 진입했다. 반면 이날 미국의 패배로 이번 대회를 공동 개최한 북중미 3개국이 모두 16강에서 탈락했다.
초반 부터 강한 압박에 나선 벨기에는 경기 시작 9분 만에 더케텔라러의 선제골로 앞서갔다. 이러자 미국도 전반 31분 말리크 틸먼(레버쿠젠)이 프리킥 골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경기 흐름이 벨기에로 다시 넘어오는 데 2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전반 33분 벨기에는 더케텔라러의 헤더 골로 다시 달아났다.
공세에 나선 미국은 결정적인 실수로 자멸했다. 후반 12분 골키퍼 맷 프리즈(뉴욕 시티)가 페널티지역 바깥에서 공을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것을 한스 바나컨(브뤼헤)이 빈 골대를 향해 슛을 날려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후반 추가시간엔 로멜로 루카쿠(나폴리)가 추가골로 완승을 자축했다. 이번 대회 3경기 연속골을 넣은 루카쿠는 벨기에 역대 A매치 최다 득점 기록을 93골로 늘렸다. 루카쿠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춤 동작을 흉내 내는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경기 뒤 벨기에 주장 유리 틸레만스(애스턴 빌라)는 “우리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회의를 열었다. 경기장에서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서로에게 말했고, 오늘 우리는 그것을 해냈다”면서 “우리 팀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FIFA의 징계 번복이 선수들을 뭉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반면 발로건은 후반 37분 왼쪽 측면 드리블 돌파 이후 시도한 슈팅이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레알 마드리드)에게 막히는 등 패배를 막지 못한 채 후반 추가시간 교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