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정오, 서울 마포구 홈플러스 상암월드컵점에서 쌀·잡곡 코너에 각종 가전제품과 생활용품을 진열하던 직원이 진열대에 적힌 종류의 상품을 채우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직원들은 오전부터 텅텅 빈 매대를 채우느라 분주히 움직였지만, 매대에는 엉뚱한 상품들이 채워졌다. 고기 코너 냉장고에는 텀블러와 올리브유, 밀키트 등만 빼곡히 진열됐다.
다른 지점의 상황도 비슷했다. 서울 도봉구 홈플러스 방학점 냉장 선반에도 프라이팬 등 조리용기와 조리용품들이 비치돼 있고, 한 끼용 소분 샐러드를 팔던 곳에는 “모두 매진”이라고 적힌 종이가 붙었다. 고객들은 생경한 광경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장을 보던 홍모(79)씨는 “물건이 있어야 사지. 계속 다니던 매장인데 할인한다고 해서 왔더니 너무 물건이 없다. 엉뚱한 것만 샀다”고 툴툴댔다. 또 다른 여성 고객은 “(마트 풍경이) 조금 소름 돋는다”고 했다. 법원의 회생 절차 폐지 결정으로 존폐 기로에 놓인 홈플러스는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홈플러스 전 직원은 당장 지난달 말 받았어야 할 6월 임금을 받지 못했다.
홈플러스에서 10년 동안 일했다는 한모(55)씨는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다”며 “관리만 하며 사무실에서 얘기가 있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직고용한 직원들은 월급이 법적으로 보장되겠지만 입점업체들이 더 문제”라고 했다. 임금체불 사태에 고용노동부는 홈플러스를 형사입건 조치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서울남부지청에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고, 올해 3∼5월 발생한 임금체불에 대해 청산 지도와 동시에 형사입건 조치했다고 밝혔다. 노동부 관계자는 “4월부터 즉시 청산이 안 돼 5월에 즉각 형사입건했다”며 “다만 현재는 5월 체불액까지는 청산이 된 상태”라고 했다. 노동부는 6월 임금 미지급분도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노동계와 시민사회 원로들은 이날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 회생방안 마련을 위한 이재명 대통령과의 면담과 정부 차원의 긴급 개입을 촉구했다.
김상근 원로목사, 함세웅 원로신부, 명진 스님,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등 136명의 사회원로 및 각계 대표자들은 기자회견에서 “홈플러스에는 직영 노동자 2만여명 외에 협력·외주업체 노동자까지 무려 10만명 안팎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며 “단순한 기업회생 실패가 아니라 사회적 재난에 버금가는 엄중한 사태”라고 밝혔다. 서울회생법원이 3일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폐지를 결정하면서 홈플러스는 17일까지 2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파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