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35도를 웃도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자와 사망자가 잇따르는 가운데, 올여름 폭염이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고령층과 기저질환자, 기초생활수급자, 외국인, 독거가구 등 사회적 취약계층의 온열질환 중증화 위험이 크게 높아 폭염 대응 역시 ‘건강 형평성’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체감온도 38도 넘으면 사망 위험 1.16배↑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대한예방의학회가 2016∼2024년 기상청 기온자료와 국가데이터처 사망 원인자료를 분석한 결과, 체감온도가 폭염중대경보 단계인 38도에 이르면 전체(사고·비사고 포함) 사망 위험은 1.16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은 1.14배 커졌다.
폭염중대경보는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한 지역에서 하루 이상 체감온도가 38도를 넘거나 기온이 39도 이상일 것으로 예상되면 발령된다.
이는 기존 폭염특보(주의보·경보) 체계를 보완하여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도입됐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체온 조절 기능을 무너뜨려 탈수와 혈압 저하, 심장 부담 증가를 일으키고, 심한 경우 열사병과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고령층과 만성질환자는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복용 중인 약물이 땀 배출이나 수분 조절에 영향을 미쳐 중증 위험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 폭염, 모두에게 같지 않아…‘건강 불평등’ 심화
질병청이 2023∼2025년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신고 자료로 온열질환자의 특성과 중증도 간 연관성을 분석했더니 나이가 많거나 신체·정신적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온열질환 중증화(입원 또는 사망) 위험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남성의 중증화 위험이 컸으나, 고령층(65세 이상)에선 남녀 차이가 없어 성별과 관계없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기초생활수급자와 외국인 등 사회경제적 취약계층, 홀로 거주하는 사람들의 온열질환 중증화 위험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폭염 피해는 기온 자체보다 사회적 취약성이 얼마나 큰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에어컨 사용이 어렵거나 가족·이웃의 돌봄을 받기 힘든 독거노인, 저소득층, 외국인 노동자 등은 폭염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기후위기 시대, 폭염 대응도 맞춤형으로
질병청은 이런 분석 결과를 토대로 노인·장애인·임산부·어린이·기저질환자 등 폭염 취약 대상자별 온열질환 예방 행동 요령 8종을 개발했다.
공통 건강 수칙인 ‘물, 그늘, 휴식’ 외에도 폭염 취약 대상자별 위험요인(기저질환자의 약물 복용 등)을 고려한 구체적인 예방 행동이 행동요령에 담겼다.
질병청은 야외활동 자제, 충분한 수분 섭취, 가족·이웃과의 비상연락망 유지 등 취약계층별 맞춤형 예방 수칙을 제시했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이번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온열질환 예방 행동요령을 지역사회와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기후변화로 극한 폭염이 일상화하면서 폭염 대응 역시 단순한 기상재난 대응을 넘어 취약계층 보호와 건강 형평성 확보를 위한 사회안전망 강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나는 폭염 고위험군일까?
□ 65세 이상
□ 당뇨·고혈압·심혈관질환 보유
□ 혼자 거주
□ 냉방기기 부족
□ 기초생활수급자
□ 야외노동자
이 조건에 한 가지 이상 해당하면 폭염 취약군에 속하는 만큼 이들 고위험군은 한낮 야외활동을 피하고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한편, 주변 가족과 이웃이 건강 상태를 수시로 살피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