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차량서 사라진 ‘케이블타이’…경찰 아빠 집에 있었다

강간 목적 증거…검찰, 父집 압색서 확보
증거인멸혐의…담당 수사팀장 구속 기로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23)의 강간살인을 입증할 핵심 증거인 ‘케이블 타이’가 현직 경찰인 장윤기 부친 주거지에서 발견됐다. 장윤기가 범행 당시 이용했던 차량에 있다 초동 수사 과정에서 사라졌던 증거물로, 이를 인멸한 혐의를 받는 경찰 팀장은 구속 기로에 놓였다.

지난 6일 장윤기(왼쪽)가 범행 수단으로 이용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조수석 수납공간에 케이블타이가 놓여있는 모습. 전남광주=연합뉴스

 

8일 광주지검에 따르면 검찰은 전날 장윤기 부친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케이블 타이를 발견해 압수 조치했다. 검찰이 확보한 케이블 타이는 구입처에서 판매할 당시 포장지가 뜯겨지지 않은 채 있었다. 반투명한 포장지에 담긴 검정색 케이블 타이는 길이 40㎝·폭 0.5㎝다.

 

케이블 타이는 장윤기의 ‘납치 후 성범죄 목적’의 범의를 증명할 핵심 증거로 꼽힌다. 앞서 광산경찰서 소속 당시 수사팀장이던 A 경감은 검거 직후 장윤기의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 수색 과정에서 발견한 케이블 타이 다발을 실물로 압수하지 않았다. 이후 수사 기록 일부에는 케이블 타이가 기재돼 있었으나 압수하지 않아 주요 증거물 목록에서는 빠졌다.

 

당시 수사팀은 장윤기에게 케이블 타이에 대해 물었으나 “집에서 쓰는 전선을 묶을 용도로 산 것”이라고 답했고, 장윤기가 유기한 살해 도구인 흉기부터 확보해야 했던 수사팀은 대수롭지 않게 여겨 차량에 방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수사팀은 사유재산인 차량을 장윤기의 부친에게 반환했고, 장윤기 부친은 이 차량을 약 보름간 운전하고 다녔다. 장윤기 부친의 주거지에서 케이블 타이가 발견된 만큼 부친이 차를 돌려받아 이용하는 과정에서 해당 물건을 가져간 것으로 추정된다. 압수 과정에서 장윤기 부친은 “아무런 생각 없이 집에 보관해뒀을 뿐”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장윤기의 차량에서 케이블 타이가 사라진 배경과 경위에 대해 집중 수사한다. 장윤기의 아버지와 A 경감을 비롯한 수사팀 사이의 유착 의혹에 대해서도 들여다본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케이블 타이와 장윤기의 차량 등에 대한 추가 감식에 나섰다.

‘장윤기 사건’과 관련해 증거인멸 혐의를 받고 있는 광주 광산경찰서 소속 A 경감이 8일 오전 전남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전남광주=뉴시스

 

검찰 수사와 별개로 경찰도 증거 미확보와 차량 수색 당시 케이블 타이가 찍힌 채증영상을 뒤늦게 인멸한 혐의로 A 경감을 지난 6일 긴급체포했다. 경찰도 장윤기의 아버지가 케이블 타이를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갖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하기로 했으나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먼저 확보했다.

 

경찰은 A 경감이 검찰 기소 이후 뒤늦게 케이블 타이가 납치 뒤 성범죄라는 장윤기의 범행 목적 입증에 중요한 증거라는 사실을 알았는지, 케이블 타이를 뒤늦게라도 증거로 확보하려는 노력을 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반면 A 경감은 “뒤늦게 중요 증거였다고 생각이 든 케이블 타이 실물만 확보하면 채증 자료와 함께 보내면 된다고 판단했다. 증거 누락 경위 보고서 송부를 잠시 보류하자고 했던 것이지 삭제를 지시한 것은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증거인멸 혐의로 A 경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도 청구했다. A 경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날 오전 광주지법에서 열리고 있다. 영장 발부 여부는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된다.

 

이날 피해자 이채원(17)양의 유족과 시민단체는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시간에 맞춰 광주경찰청 앞에서 경찰의 부실·은폐 수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경찰은 범죄를 엄단하는 수사관이 아니라 가해자와 한 몸이 되어 사건을 부실하게 처리하며, 조직적으로 은폐한 공범이었다”며 “실체적 진실을 감추려 한 경찰 당국을 규탄하며, 살해범 장윤기를 비호한 경찰에게 사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장윤기는 올해 어린이날 광주 광산구 한 고등학교 앞 인도에서 귀가하던 이양을 자신의 차량으로 끌고 가려다 흉기로 살해하고, 이를 제지하려던 남고생을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했으나 성범죄 목적으로 이양을 살해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 표명을 보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