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자신이 사는 선거구에 여성 후보가 출마한 적이 없어서 여성 후보에 투표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전국 광역시도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작성한 ‘광역단체장 선거에 나타난 여성 정치인의 도전과 진입장벽 개선 방안’ 주요 분석 결과를 8일 발표했다.
현재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은 국회 20.0%, 광역의회 28.6%, 기초의회 36.8% 수준이지만 광역단체장은 1명에 불과하고 기초단체장은 4.0%에 그쳐 지방정부 집행부에서 특히 낮은 상황이다.
조사 결과,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여성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은 이유로 55.3%가 ‘내가 사는 선거구에 여성 후보가 출마한 적이 없어서’를 꼽았다.
여성 광역단체장 부재의 원인에 대해서 여성 후보 수가 적다는 점(남성 57.5%, 여성 66.0%)에서는 성별 차이가 있었지만 광역단체장에 출마할 만큼 준비된 여성 인재가 부족하다는 점(남성 59.2%, 여성 59.9%)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여성은 공천 구조와 정치권 내 성별 불균형 등 구조적 장벽을 상대적으로 더 크게 인식했지만, 남성은 여성 후보의 정치 경력과 행정 경험 부족 등 개인 역량 요인을 더 크게 보는 경향이 나타났다.
여성 광역단체장 확대 방안으로는 공천 과정에서 후보자 선정 기준과 절차의 투명성 강화가 70.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정당과 사회 전반의 성평등 문화 확산(57.7%), 유권자의 사회적 인식 변화 촉진을 위한 캠페인(57.6%), 정당의 여성 기초단체장 육성 및 배출(55.5%) 순으로 나타났다.
김은경 선임연구위원은 “유권자가 여성 광역단체장을 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여성 후보 자체가 부족한 현실이 확인됐다”며 “여성 광역단체장을 늘리기 위해 여성 정치인의 개인적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주요 정당이 여성 후보를 발굴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공천 구조와 정치 경력 형성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여성 광역단체장 확대를 위한 정책과제로 법·제도 개선, 정당의 당헌·당규 개선, 성평등 정치문화 확산을 제안했다.
법·제도 개선 과제로는 △여성추천보조금 대상에 광역·기초단체장 후보 포함 △여성(후보)추천이 아닌 여성당선보조금제로 개정 △여성 후보 공천 비율에 따른 선거보조금 삭감제 도입 △광역·기초의회 지역구 여성 공천 확대 등을 제시했다.
정당 차원의 개선 과제로는 △광역·기초단체장 선거에서 각각 20% 여성 공천 의무화 △지방선거 여성 공약에 여성 부단체장 임명 의무화 △전략·단수 공천 및 우선추천 지역에서 성별 대표성 제고 △여성정치발전비를 활용한 여성 정치인 성장 지원 등을 제안했다.
또한, 여성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 구성원이 정치에서 대표될 수 있도록 성평등과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하는 정치문화 조성이 필요하다고 봤다.
김종숙 원장은 “정당의 공천 책임을 강화하고 여성 정치인이 성장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해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