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상 사고는 흔히 눈길과 빙판길이 많은 겨울철 질환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통계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면서 노년층을 중심으로 ‘여름철 낙상주의보’가 켜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요추 골절과 손목 염좌 환자는 최근 2년 연속 한여름인 7월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 장마철 빗길, 왜 노인에게 더 위험한가
장마철은 노인들에겐 더욱 위험한 시기다. 신체 균형 감각과 유연성, 골밀도, 근력 등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갑자기 발생하는 낙상사고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차게 내리는 장맛비는 시야를 흐리게 만드는 데다, 평소 균형을 잡던 손에 우산까지 들려있어 작은 부주의에도 쉽게 넘어질 수 있다. 또 비에 젖은 보도블록과 횡단보도, 경사진 도로, 습한 집안 환경 등은 장마철 낙상사고를 유발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빗길에서 미끄러지면 몸은 대개 뒤로 넘어지며 엉덩방아를 찧는다. 이때 바닥에 부딪힌 충격은 골반을 거쳐 척추에 그대로 전달된다. 뼈가 충격을 버티지 못하면 척추가 납작하게 주저앉는 척추 압박골절이 발생한다.
특히 노년층은 낙상 이후 골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한 번의 골절이 장기간 거동 제한과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 겨울보다 많았다…7월 요추 골절 환자 ‘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요추 골절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24년 7월 3만3507명으로 그해 가장 많았고, 작년 7월에도 환자가 3만4190명으로 집계돼 2년 연속 7월에 정점을 찍었다. 2025년 겨울인 1월엔 환자수가 3만437명으로 약 4000명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낙상으로 인한 골절은 보통 추운 겨울에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작 요추 골절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는 장마철이 포함된 여름이었다.
골절 위험은 같은 충격을 받아도 뼈가 약할수록 커진다. 특히 골밀도가 낮은 골다공증 환자와 고령층은 척추 압박골절에 더욱 취약하다. 작년 요추 골절 환자 16만4537명 가운데 50세 이상이 약 95%를 차지해 열에 아홉 이상이 고령층이었다.
장마철 낙상은 단순 미끄러짐으로 끝나지 않고 척추 압박골절 등 중증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
또한 압박골절은 골절이라는 이름과 다르게 초기에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가만히 누워 있으면 통증이 잦아들어 단순 근육통으로 넘기기 쉬운 탓이다. 그렇게 치료시기를 놓치면 척추가 굽는 변형이나 만성 통증으로 번질 수 있다.
따라서 낙상 후 허리 통증이 며칠씩 이어진다면 전문적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척추 압박골절은 통증 정도와 환자 상태에 따라 보존적 치료나 수술적 치료가 이뤄진다.
대부분은 침상 안정과 허리 보조기 착용, 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가 우선 권고된다. 그러나 장기간 침상안정은 허리 주변 근육 및 인대의 약화를 야기할 수 있어 가능한 한 조기에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것이 권장된다.
한의통합치료의 효과를 분석한 연구도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국제학술지 ‘메디신’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척추 압박골절 환자의 통증과 허리 기능이 치료 후 유의미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 본능적으로 손 짚었다가…손목 염좌도 ‘급증’
넘어지는 순간 위험한 부위는 허리만이 아니다. 몸의 균형을 잃으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바닥을 짚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손목에 큰 충격이 집중될 수 있다. 특히 전신의 무게와 낙하 충격이 손목에 집중되며 인대가 늘어나거나 찢어지는 손목 염좌가 발생할 수 있다.
장마철에 요추 골절 환자가 늘어났듯, 손목 염좌 또한 마찬가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서 손목 염좌 환자는 2024년 7월 8만5281명으로 그해 가장 높은 환자수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7월 환자가 8만4231명으로 가장 많았다. 2025년 1월 환자가 6만3371명, 2024년 1월 환자가 7만483명이었다.
최근 2년 모두 여름철 환자가 겨울철보다 약 1만 명 이상 많았다.
손목 염좌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이 가라앉는 경우가 많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하기 쉽다. 그러나 인대가 제대로 아물지 않으면 만성 통증이나 반복적인 손목 불안정성이 나타날 수 있어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낙상 뒤 손목이 붓거나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무리하지 말고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장마철 낙상이 단순한 계절성 사고가 아니라 고령층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라고 지적한다.
강인 안산자생한방병원 척추압박골절클리닉 원장은 “장마철에는 젖은 노면으로 인한 낙상 위험이 커지는 데다, 높은 습도와 낮은 기압이 관절과 근육의 통증을 악화시켜 근골격계 질환이 한꺼번에 늘어나는 시기”라며 “특히 골밀도, 근력 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고령층의 경우 낙상 후 허리나 손목 통증을 일시적 증상으로 여기지 말고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 오는 날에는 실내외에서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신발을 착용하고, 젖은 계단이나 보도블록에서는 보폭을 줄여 천천히 걷는 등 낙상을 예방하는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나는 낙상 고위험군일까?
□ 65세 이상
□ 골다공증 진단
□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
□ 지팡이·보행보조기 사용
□ 최근 1년 내 낙상 경험
□ 평소 어지럼증이 잦음
한 가지 이상 해당한다면 장마철 외출 시 미끄럼 방지 신발을 착용하고 젖은 노면에서는 보폭을 줄여 걷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