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3) 사건의 초동 수사를 지휘하며 핵심 증거물을 누락하고 채증 자료를 삭제한 혐의를 받는 경찰 수사팀장이 구속 기로에 섰다. 검찰이 사건 현장에서 사라졌던 ‘케이블타이’ 실물을 피의자의 부친 자택에서 확보하면서, 경찰의 조직적인 은폐 및 유착 의혹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방법원은 이날 오전 증거인멸 및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를 받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주 광산경찰서 소속 박모 경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박 경감은 이날 오전 법원에 출석하며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박 경감은 지난 5월 5일 여고생 이채원(17)양을 살해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장윤기(23)의 차량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결박 도구인 케이블타이를 발견하고도 압수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당시 채증 영상에는 박 경감이 수사팀원들과 대화를 나누며 차량 조수석 수납함 속 케이블타이 한 묶음을 확인하고도 이를 방치하는 정황이 고스란히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증거 누락 논란이 일자 관련 채증 영상과 사진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있다.
수사의 전환점은 검찰의 강제 수사에서 마련됐다. 광주지검은 전날 박 경감과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 부친의 자택 등 5곳을 압수수색해, 차량에서 사라졌던 케이블타이 실물을 부친의 집에서 확보했다. 발견 당시 케이블타이는 구입 당시 그대로 포장도 뜯기지 않은 상태였으며, 신체를 결박하기에 충분한 규격이었다. 경찰은 당시 장윤기의 차량을 수색한 뒤 증거물로 압수하지 않은 채 부친에게 차량을 반환했고, 부친이 이를 보관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경찰과 피의자 부친 사이의 조직적인 유착이나 증거 인멸 모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통화 기록 등을 정밀 분석 중이다. 특히 검찰과 특별수사팀은 범행 직후 광산경찰서장이 주재한 ‘긴급회의’의 성격에 주목하고 있다. 회의를 통해 사건 은폐가 지시됐거나 묵인됐는지 등 지휘부의 개입 여부를 규명하는 것이 이번 수사의 핵심이다.
경찰청은 이번 사건의 파장이 커지자 당시 광산경찰서장과 형사과장, 수사팀원 등 6명을 즉각 대기발령 조치했다. 수사 주체 또한 광주경찰청에서 국가수사본부로 격상됐다.
검찰은 이번에 확보한 케이블타이가 장윤기의 범행 목적을 성범죄로 특정할 결정적 정황 증거라고 보고 있다. 장윤기가 재판에서 성범죄 살해 혐의에 대해 의견 표명을 유보하고 있는 만큼, 검찰은 압수물 감식 결과와 수사팀 업무일지 등을 토대로 윗선 개입 의혹을 철저히 파헤칠 방침이다. 박 경감의 구속 여부에 따라 향후 경찰 지휘부를 향한 검찰의 강제 수사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