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조작정보 근절법’에 대한 종교계의 시선 [종교칼럼]

지난 7일부터 허위·조작정보 유통에 대한 책임을 강화한 개정 정보통신망법(일명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 시행됐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와 허위정보 방지라는 두 가지 가치 가운데 어떻게 균형을 잡을 것인가를 놓고 찬반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한쪽에서는 가짜뉴스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자칫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법은 정치나 선거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종교계 역시 이 법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는 영역이다. 오히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종교는 사실보다 의혹이 먼저 소비되고, 해명보다 낙인이 오래 남는 대표적인 분야 가운데 하나였다. 

 

언론은 민주주의의 핵심 제도다. 권력을 감시하고 사회의 부조리를 드러내는 것은 언론의 본령이다. 그러나 속보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확인보다 추정이 앞서고, 수사 초기의 의혹이 마치 확정된 사실처럼 보도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후 무혐의 처분이나 무죄 판결이 내려져도 최초의 의혹 보도만큼 후속 보도가 주목받는 경우는 드물다. 정정보도나 해명이 이루어지더라도 이미 형성된 사회적 인식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피해자는 막대한 고통을 겪지만, 사회적 관심 밖에서 잊히는 일이 반복됐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특히 종교는 이러한 구조 속에서 더욱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었다. 종교단체는 일반 기업이나 정치조직과 달리 사회적 편견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사이비’, ‘비리’, ‘은밀한 조직’과 같은 자극적인 프레임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빠르게 확산되고, 한 번 형성된 이미지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신앙공동체의 명예와 신뢰는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지만, 이를 되돌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물론 모든 종교가 사회적 비판으로부터 예외일 수는 없다. 종교단체 역시 위법행위가 있다면 언론은 이를 철저히 보도해야 한다. 공익적 감시와 비판은 민주사회에서 반드시 보장되어야 할 가치다. 문제는 사실에 근거한 비판과 확인되지 않은 의혹의 유포는 엄연히 다르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는 특정 종교의 사례에서도 반복되어 왔다. 최근 수년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은 여러 언론 보도로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런 점에서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의 시행은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일부 언론은 정치권과의 관계, 특정 자금 의혹, 각종 수사 내용을 집중적으로 보도했고, 이러한 보도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가정연합은 상당수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며 지속적으로 반박해 왔지만, 이미 확산된 의혹과 부정적 인식으로 인한 피해는 공동체와 신도들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점은 있다.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 이러한 과거 사례에 곧바로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또한 특정 보도가 허위였는지 여부는 개별 사건마다 법원의 판단을 거쳐야 하며, 언론 보도가 결과적으로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허위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법률적으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번 법 시행이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법이 요구하는 것은 처벌 강화가 아니라 ‘사실 확인의 책임’을 더욱 무겁게 묻겠다는 사회적 선언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언론은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하기 전에 취재원의 신빙성과 객관적 자료를 더욱 철저히 검증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수사 초기의 의혹을 확정된 사실처럼 보도하는 관행도 이전보다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허위·조작된 정보로 인정될 경우 손해배상 책임이 크게 강화된 만큼, 반론권 보장과 교차 검증의 중요성도 더욱 커질 것이다. 이 변화는 특정 종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불교든, 천주교든, 개신교든, 가정연합이든, 규모가 크든 작든 모든 종교는 사실에 근거한 평가를 받을 권리가 있다. 종교의 자유는 단지 예배의 자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허위사실과 조작된 정보로부터 공동체의 명예를 보호받을 권리 역시 종교의 자유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다. 표현의 자유와 공익적 보도는 앞으로도 충분히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법은 언론에 하나의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정치든 기업이든, 종교든 우리 국민 누구도 사실이 아닌 의혹만으로 단죄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의 시행은 언론에게 사실 확인에 대한 책임을 다시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