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작약이 피는 속도로, 나도 피어났다

늦깎이 한농인의 창업을 향한 기대와 설렘
한국농수산대학교는 청년 농업인과 미래 농식품 산업을 이끌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입니다. 세계일보는 예비 창업농인 학생들이 농어업부문 전문지식을 배우는 과정에서 겪는 고민과 성장, 시행착오와 배움, 농업에 대한 생각과 미래에 대한 꿈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학생들의 기고를 싣습니다.

 

작약은 서두르지 않는다. 단단하게 오므린 꽃봉오리가 자신의 속도로 천천히 열린다. 그 모습이 나를 닮았다고 생각한 것은, 한국농수산대학교 화훼과에 편입하던 2024년 가을이었다.

 

마흔셋, 한농대 첫 번째 편입생이라는 낯선 타이틀을 달고 나는 이 학교의 문을 두드렸다.

 

솔직히 처음엔 두려움이 컸다. 스무 살 동기들 사이에서 혼자 나이 든 사람처럼 느껴질까 봐, 강의실 한쪽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런데 그 걱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동기들은 내가 먼저 말을 걸기도 전에 자연스럽게 다가와 웃으며 물었다. “여사님, 이모, 언니 어떻게 부르면 돼요?” 그 한 마디에 우리는 웃음이 터졌고, 그날 이후 강의실은 즐거운 자리가 되었다.

 

교수님들도 여러모로 배려해 주셨다. 사회 경험이 있고, 나이가 많다고 해서 특정하지 않으시고, 동기들과 같은 마음으로 응원해 주셨다. 전공 교수님은 “살면서 쌓아온 것들이 꽃을 키우는 데도 다 쓰인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 말이 마른 땅에 내리는 비처럼 스며들었다. 내가 걸어온 사십여 년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 오히려 그 두께가 화훼 창업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조금씩 믿게 됐다.

 

이제 3학년, 졸업이 눈앞이다. 입학할 때만 해도 ‘창업’은 막연한 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작약을 직접 재배하고, 꽃다발을 엮고, 한 송이의 꽃이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는 것을 눈으로 보았다. 내 이름을 건 꽃 체험농장, 계절마다 작약이 만개하는 그 풍경이 이제는 선명하게 그려진다. 막연함이 기대로 바뀌고, 기대가 설렘으로 익어가는 중이다.

 

작약은 심은 지 3년이 지나야 비로소 제대로 된 꽃을 피운다고 한다. 한농대에서 보낸 이 시간도 꼭 그렇다. 더디게 느껴지던 날들이 사실은 뿌리를 내리는 시간이었다. 이제 나는 꽃을 피울 준비가 됐다. 마흔셋에 시작한 늦깎이 한농인으로서, 가장 향기로운 계절을 향해 천천히, 그리고 단단하게 나아간다.

 

한국농수산대학교 3학년 권경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