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저승사자 또 등판… 삼전닉스 이번에는?

모건스탠리 “비중 축소” 권고

2017년 ‘반도체 겨울’ 맞춰 명성
2024년엔 HBM 공급과잉 오판도
“반도체 중심 상승장 마무리되고
시장 주도주 점차 확산되는 국면”
삼전닉스 5∼6%대 폭락세 충격

전문가, 피크아웃 두고 분석 갈려
국내 증권사 ‘낙관 편향’은 문제로

과거 ‘반도체 겨울’을 예고하며 시장에 충격을 줬던 외국계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또다시 반도체 비중 축소 의견을 제시하면서 국내 증시가 크게 출렁이고 있다. 그동안 이들의 예측은 적중과 오판이 교차했던 만큼, 현재 반도체 업황의 ‘피크아웃’(정점 통과) 여부를 두고 전문가들의 진단도 엇갈리고 있다. ‘매수’ 추천 리포트 일변도의 국내 증권업계 관행이 외국계 리포트 의존도를 키워 시장 왜곡을 심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 코스피 및 코스닥, 개별 종목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409.52포인트(5.35%) 내린 7,246.79로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반도체 저승사자’ 입김에 출렁인 증시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전장보다 6.25%(1만8500원) 내린 27만7500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 주가가 종가 기준 28만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5월20일 이후 처음이다. 장 초반 강세를 나타내던 SK하이닉스도 5.68% 내린 207만6000원에 거래됐다. 반도체주 약세가 투자 심리에도 악영향을 미치며 이날 코스피는 409.52포인트(5.4%) 빠진 7246.79로 내려앉았고, 코스닥도 46.23포인트(5.56%) 내려 785.00까지 급락했다.



국내 반도체 대장주의 동반 급락에는 모건스탠리의 비관적인 전망이 시장의 불안 심리에 불을 지핀 영향이 컸다. 모건스탠리는 6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에서 “반도체 중심의 좁은 상승장이 마무리되고 시장 주도주가 점차 확산되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단기적인 반도체 비중 축소를 권고했다.

‘반도체 저승사자’로 불리는 모건스탠리의 경고에 시장이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과거 굵직한 변곡점마다 예측이 맞아떨어진 이력 때문이다. 반도체 호황이 절정이던 2017년 11월 이들은 낸드 가격 하락과 이익 성장 둔화를 경고했고, 이후 실제로 다운사이클이 본격화하며 삼성전자 등 반도체 주가가 내리막을 걸었다. 주가가 이미 조정을 받고 있던 2021년 8월에도 공급 과잉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냈는데, 삼성전자 주가가 당시 7만원대에서 1년 뒤 5만원대까지 주저앉는 등 긴 침체기가 이어졌다.

예측이 늘 맞았던 것은 아니다. 2024년 9월 모건스탠리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 과잉 우려를 제기하며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 하지만 한 달 뒤 SK하이닉스가 깜짝 실적을 발표하자 단기 시황에 대한 오판을 인정하며 목표가를 상향했다.

◆엇갈리는 진단과 낙관 편향

반도체 업황을 두고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은 엇갈린다. 낙관적인 전망으로는 인공지능(AI) 서버 투자와 빅테크(거대기술기업)의 자금 조달이 안정적으로 유지돼 관련 수요가 하반기 주가 상승을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AI 에이전트·자율주행·로보틱스 등이 수요를 견인해 하반기 주가 상승여력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실적 지표의 변화와 빅테크의 투자 속도가 주요 변수가 될 것이란 진단도 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은 내년까지 우상향하나 올해보다 증가율이 둔화해 투자 심리가 피크아웃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증시가 외국계 리포트에 크게 흔들리는 구조적 원인으로 증권사가 내놓는 투자의견이 매수에 치우친 ‘낙관 편향’ 현상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국내 증권사가 내놓은 리포트의 ‘매수’ 투자의견 비중은 평균 90.8%에 달했지만, ‘매도’ 의견은 0.05%에 불과했다. 이와 달리 제이피모간증권은 국내 상장사에 대한 매도 비중이 51.3%로 절반을 넘었고 메릴린치(21.4%), 씨티그룹(18.4%), 골드만삭스(16.3%), 모건스탠리(15.4%) 등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도 두 자릿수를 유지했다.

일각에선 외국계 IB의 잦은 투자의견 변경이 공매도 등 특정 매매 포지션과 연계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외국인이 국내 공매도 비중의 다수를 차지하는 구조상 특정 방향으로 주가를 움직이기 위해 리포트를 활용할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조치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