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통’, ‘배신’ 등 구시대 어법 난무 후보들 모두 강성 지지층만 바라봐 李 ‘국민 모두의 대통령’ 외침 외면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다툼이 본격화하고 있다. 김민석 전 국무총리에 이어 어제는 송영길, 고민정 의원이 대표 출마를 선언했고 정청래 전 대표도 다음 주 중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여당 대표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과의 접촉은 물론 고위당정협의회 등을 통해 정부의 의사 결정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막강한 직위다. 그런데 여당 대표 자리를 노리는 후보들 간에 정책과 비전 경쟁은 사라지고 ‘자기 정치’, ‘적통(嫡統)’, ‘배신’ 같은 키워드를 앞세운 인신공격만 난무하고 있으니 참으로 볼썽사납다.
특히 김 전 총리와 정 전 대표 진영 간의 비난전은 목불인견이다. 친청(친정청래)계 이성윤 최고위원은 김 전 총리가 12·3 비상계엄 사태 당일 계엄 해제를 위한 국회 본회의 표결에 지각한 점을 들어 “(그날) 감기약을 드시고 주무셨다고 하는데 그 감기약 성분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김 전 총리 측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고 명예훼손”이라고 맞받았다. 공방의 수준이 유치하고, 이쯤 되면 ‘진흙탕 싸움판’이란 지적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당장 민주당 안팎에서는 광주 여고생 살인범 장윤기 사건에 대한 경찰의 고의적 부실 수사 정황을 놓고서 당의 ‘보완수사권 폐지’ 방침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는 정 전 대표 시절 민주당의 당론처럼 굳어진 사안이다. 다수 국민이 검찰 보완수사권 존치에 동의하는데도 정 전 대표는 물론 다른 당권 주자들조차 입을 다물고 있다. 속으로는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있는 주자도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 소신을 숨긴다. 앞서 정 전 대표 체제에서 밀어붙인 이른바 ‘노란봉투법’, 법왜곡죄 등 논란에 휩싸인 법률도 마찬가지다. 정책과 비전의 차별점이 없으니 과거 전력을 들춰내며 편 가르기 싸움만 벌이는 것 아닌가.
민주당 당권 주자들이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오늘날 2030세대가 여당에 등을 돌린 것은 ‘민주당의 시계는 1980년대 민주화 운동 시절에 멎어 있다’는 불만에서 비롯한 측면이 크다. 여당 당권 주자들은 강성 지지층만 의식할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위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함이 마땅하다. ‘잃어버린 세대’를 자처하는 2030 젊은이들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지난해 6월 취임 당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이재명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가장 먼저 여당부터 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