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년 10월 미국 3위 신탁회사였던 니커보커신탁이 파산했다. 뱅크런(대규모 인출사태)이 벌어졌고,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이때 JP모건이 등장했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은행에 돈을 빌려주며 위기를 수습했다. 1985년 미국 정부가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직면했을 때도 JP모건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1913년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창설되기까지 JP모건이 사실상 그 역할을 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라는 저서에서 “JP모건은 미국을 두 번의 파산 위기에서 구했다”고 썼다.
모건가(家)의 영향력이 과도해지자 1933년 미 의회는 ‘글래스·스티걸 은행법’을 제정해 여수신 업무를 전담하는 JP모건과 투자은행 역할을 하는 모건스탠리로 강제 분할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는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와 더불어 세계 최대 은행 중 하나로 꼽히며 글로벌 금융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1970년대 ‘하느님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면 모건스탠리에 의뢰할 것’이라는 카피 문구는 당시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 월가에서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저승사자’로 불린다. 2021년 8월 ‘메모리, 겨울이 오고 있다’라는 보고서를 냈다.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반도체 호황이 정점이던 시점이었지만 PC 수요 둔화와 공급과잉을 예견하면서 영향력을 키웠다. 2024년 9월에는 ‘겨울은 항상 마지막에 웃는다’라는 도발적 보고서에서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과잉 우려를 제기했다. 연휴 직후 개장한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의 SK하이닉스의 시총을 하루 만에 15조원 앗아간 단초가 됐다.
삼성전자가 분기 순익 89조원을 발표한 잔칫날 모건스탠리가 찬물을 끼얹었다. 삼성과 하이닉스 주가가 각각 7%, 6% 급락했다.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상승장이 마무리되고 시장 주도가 점차 확산하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며 피크아웃을 경고했다. 반도체가 사이클 산업이긴 하지만, 투자심리를 흔든 건 분명하다. 모건스탠리는 인공지능(AI) 수요의 견고함이 이어지자 2024년 ‘겨울론’ 보고서를 “예측이 틀렸다”며 1년 만에 번복했다. 이번에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