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페인과 모든 무역중단”… 나토 방위비 갈등 재점화

나토 정상회의서 기강 다잡기

GDP 5% 증액 거부 다시 소환
“그린란드도 미국이 통제할 것”
이란전 지원 거부도 공개 성토

튀르키예엔 “최고의 동맹” 찬사
나토, 독자 무기개발 본격 추진
“美 의존도 줄여야” 자강론 확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방위비 증액 요구를 거부한 스페인과 ‘무역 단절’ 가능성을 거론하고, 그린란드 영토 문제를 재차 언급하며 서방 동맹에 맹공을 퍼부었다. “안보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에 나토 회원국이 앞다퉈 방위비 증액을 발표했음에도, 정상회의장에 도착하자마자 작심한 듯 ‘기강 잡기’에 나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AP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로이터,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전 기자들에게 “스페인은 쓸 데 없는 문제다. 우리는 더이상 스페인과 어떤 무역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스페인은 지난해 나토 정상회의 당시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한다’는 나토의 새로운 목표를 회원국 중 유일하게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페인을 콕 집어 쏘아붙일 당시 옆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있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은 채 “나토가 테러 지원국 1위인 이란에 대해(이란과의 전쟁 때) 우리를 돕지 않았기 때문에 불만스럽다”며 노골적으로 나토를 비난했다.

 

그러면서 서방이 민감해하는 그린란드 문제도 다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는 미국에 매우 중요하지만 덴마크에는 중요하지 않다”며 “그린란드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보호하는 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 전 기자회견에서도 “그린란드는 미국이 통제해야 하는 곳”이라며 “우리는 유럽에서 모든 병력을 철수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과 이란 전쟁에 나토 회원국들이 방관했다며 거듭 목청을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에서) 누구의 도움도 필요하지 않았지만, 내가 요청하기도 전에 그들은 지원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탈리아도, 독일도, 프랑스도 거절했다”고 말했다. 최근 총리직 사임 의사를 밝힌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에 대해서도 “아마도 이 일(이란 전쟁 지원 거부)때문에 인기가 없었던 것 같다”고도 했다.

 

덴마크와 스페인 측은 발끈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동맹국을 포함한 모두가 그린란드 주민의 자결권을 존중해주길 바란다. 그린란드는 절대 매각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평소와 다름없는 것으로 봤으며 양국 관계는 서로 이익이 된다고 반박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은 북극권 요충지인 그린란드를 차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덴마크를 비롯한 나토 유럽 회원국과 갈등을 빚었다. 갈등이 고조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를 외교로 풀겠다며 한발 물러섰고, 이후 미국·덴마크·그린란드 간 3자 협상이 진행 중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그린란드 관련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튀르키예를 향해선 “전통적인 동맹국들보다 더 많은 도움을 준 훌륭한 동맹국”이라고 평가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에게는 “나토 정상회의가 튀르키예에서 개최되지 않았다면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에서 튀르키예가 종전 과정에 협력한 점, 미국과 시리아의 관계 개선에 역할을 한 점 등을 예로 들었다. 다만 최근 관계가 틀어진 것으로 알려진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에 대해서는 “나는 그를 좋아하고, 그는 멋진 사람”이라며 화해의 뜻을 나타냈다.

 

미군 철군을 협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 경시’가 만성화하면서, 나토도 대응체제 구축에 나서고 있다. 미국산 무기와 방공망에 의존해야 하는 유럽 회원국들의 현실적인 문제도 고려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은 영국·프랑스·독일 등 12개국은 미국 참여 없이 독자적인 장거리 정밀타격 무기를 공동개발하는 500억달러(75조8000억원) 규모의 계획을 출범시켰다고 보도했다.

 

나토는 전날에도 노후한 미국산 보잉의 조기경보기를 스웨덴 방산기업인 사브로 대체할 계획을 내놨다. 뤼터 사무총장은 이날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지속 가능한 나토’를 강조하며 “미국에 과도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