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따라 교육재정 널뛰기” vs “초과재원은 대학·유아에” [뉴스 투데이]

교육교부금 개편 토론회

반도체 호황에 교부금 80조 전망
‘내국세 20.79% 연동’ 존치 찬반
기획처·교육부 개편방식 이견 커

기획처 “학생 많던 50여년 전 방식”
“초·중·고 현금성 지원 남발 야기
대학·영유아 교육 예산난” 지적도
교육부 “사회 합의한 법적 안정망
교부율 유지하되 활용범위 확대”

학령인구의 가파른 감소와 국가 재정의 여건 변화가 맞물리면서 1972년 이후 50여년간 유지돼 온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 제도의 개편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공론화의 장에 올랐다. 초·중·고에만 묶인 재정 칸막이를 대학·영유아 등으로 재분배하기 위해 예산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내국세 연동 방식’을 두고선 격렬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기획예산처와 교육부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재정의 새 물길을 열다: 미래세대를 위한 교부금 개편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교부금 개편 방식을 두고 부처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지난달 30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공개토론을 제안하며 성사됐다. 핵심은 내국세의 20.79%를 자동 배분하는 연동구조의 존폐 문제다. 교부금은 올해 추경 기준 76조4381억원 규모로,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 세수가 더해지면 사상 처음 8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팽팽한 입장차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왼쪽)과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공개 토론회에 참석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토론 참가자들은 초·중·고에만 묶인 재정 칸막이를 대학·영유아 등으로 재분배하기 위해 예산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내국세 연동 방식’을 두고선 격렬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연합

개편 찬성 측은 현행 방식이 세수 변동에 따라 교육재정을 지나치게 불안정하게 만들고, 국가 재정의 유연성을 떨어뜨린다고 비판했다.



학령인구가 1000만명에 육박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방식을 학생 수가 반토막 난 지금까지 유지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6조4000억원, 11조원의 교부금이 추가 배분됐지만 2023년과 2024년에는 각각 10조4000억원, 4조3000억원이 줄어드는 등 세수에 따라 교부금이 크게 출렁였다. 교부율의 경직된 구조 탓”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부금을 무작정 축소하려는 것이 아니라 초중등 교육은 더 단단하게 지키고 대학과 영유아 교육에는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김학수 KDI 선임연구위원도 “교육재정 역시 정책 환경과 국가 재정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대적 우선순위에 따라 배분될 수 있어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시도교육청의 현금 살포성 방만 운영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의힘 이종욱 의원실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교육청이 현금·현물성 지원사업에 지출한 예산은 총 5964억원으로 전년보다 497억원 늘었다. 올해는 총 7658억원이 투입될 예정인데, 이는 2021년(2846억원)의 3배에 가까운 규모다. 우경임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지난해 시도교육청이 현물성 지원사업에 쓴 금액이 6000억원에 달하고, 교직원에 대한 선심성 지원도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초·중·고교에만 묶여 있는 교부금을 고등교육(대학)과 평생교육, 특수 및 영유아 교육 등 전반적인 국가 인재 양성 체계로 넓혀야 한다는 요구가 강력하게 제기됐다. 풍족한 초중등 예산과 달리 대학과 유보통합(유치원·어린이집 통합) 예산은 고사 직전에 몰려 있다는 성토다.

우재준 서울대 교수는 “고등교육은 심각한 재정 영양실조를 앓고 있다”며 “학생 1인당 공교육비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의 58% 수준에 불과하고 17년째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대학들이 무너지기 직전”이라고 호소했다. 황옥경 육아정책연구소장은 “국가 미래 경쟁력을 위해 영유아를 교부금 지원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계 역시 재정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방향성 자체에는 공감했다.

이선호 한국교육개발원 미래교육연구본부장은 “재원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은 분명히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방법론에서는 확연한 시각차를 보였다. 이 본부장은 “과거에는 가르치는 데만 집중했다면 현재는 안전관리, 정서, 돌봄까지 학교의 책임이 굉장히 넓어졌다”며 “경제성장률 연동 방식을 깨고 1인당 교부금만 계산하는 방식은 미래 교육 투자에 상당한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해 재정을 효율화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지역사회에서 학교의 기능을 간과한 것”이라며 “지역 소멸을 부추길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도 “병력이 감소한다고 국방비를 줄이지 않듯,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교육재정을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왜 현 비율을 유지하면서 그것(고등·영유아 지원)들을 함께 하지 못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도 “예측 불가능한 경기 변동 속에서도 교육이 흔들리지 않도록 사회가 합의한 법적 안전망이 바로 내국세의 20.79%”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다만 “20.79% 유지를 기본으로 하되 초과 재원이 생긴다면 고등·영유아 등 교육 전반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기획예산처와 교육부는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교부금 개편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입장차가 완강해 최종 결정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