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는 ‘경기미래투자공사’…기대와 우려 교차 [오상도의 경기유랑]

‘7조 채무’ 경기도의 실험…‘단순 보조금’ 벗어나 ‘공공 투자’로 전환
추미애 지사 핵심 공약 ‘경기미래투자공사’ 10명 규모 전담 TF 가동
기관별 분산된 투자 기능 묶는 ‘컨트롤타워’…하반기 ‘단’ 체제 격상
공적 母펀드 조성해 AI·반도체에 ‘자금 수혈’…리스크·옥상옥은 부담

경기도가 7조원에 달하는 채무 압박 속에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금융 실험에 나선다. 재정 투입의 한계를 극복하고 민간 자본과 연계한 공적 투자 플랫폼인 ‘(가칭)경기미래투자공사’ 설립을 궤도에 올린 것이다.

 

8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추미애 지사의 핵심 공약인 투자공사 설립을 조속히 추진하기 위해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이달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이번 TF는 초기 2~3개월간 기초 계획을 마련한 뒤, 조직 개편과 연계해 전문성과 집행력을 갖춘 정식 조직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추미애 경기지사가 6일 도청 재난안전상황실에서 집중호우 대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미래 산업에 안정적 투자…공공·효율성, 두 마리 토끼 노려

 

투자공사는 관리·운용을 담당하는 ‘공사’와 실제 투자 자산인 ‘투자펀드’를 분리하는 이원화된 구조로 설계된다. 공적 자금을 기반으로 ‘국민성장펀드’와 유사한 공적 모(母)펀드를 조성한 뒤 특성과 위험도를 고려해 분야별 자(子)펀드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자펀드의 운용은 민간 전문기관에 위탁해 효율성을 높인다.

 

자금은 반도체,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등 미래 전략산업과 전력 등 산업 인프라 구축에 집중 투자된다. 벤처 스케일업과 반도체 유관기업 종사자를 위한 기숙사 건설 등 맞춤형 투자도 동시에 진행된다. 대기업 관련 투자 시에는 인재 양성과 지역 상생 방안을 심사 기준에 반영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연합뉴스

아울러 반도체 산업의 성과가 다시 전략산업 투자로 선순환되도록 화성, 평택, 이천 등 도내 반도체 거점 시·군과 긴밀히 협력해 공동 재원 마련에 나선다.

 

도는 이달 기본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타당성 검토와 심의, 조례 제정 등의 행정 절차를 밟아 내년 하반기 법인 설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추 지사는 “기금과 같은 단기적 방안으로는 미래 산업 성과를 이어갈 수 없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지역과 청년이 함께 성장하고 공유할 제도적 틀을 빠르고 튼튼하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스타트업 등에 보조금이나 지원금을 지급하던 시혜성 기업 지원 정책에서 벗어나 공공이 투자하고 수익을 회수해 재투자하는 공사 운영은 투자유치 기능을 하나로 묶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화성시 제공

그동안 도 투자진흥과,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으로 파편화된 투자 상담과 인허가, 산업단지 공급 기능을 단일 플랫폼으로 통합해 기업 편의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특히 초기 지원이 3000만원 수준에 불과했던 팹리스(반도체 설계) 스타트업의 경우, 지원 규모를 3억원까지 끌어올려 실제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투자 실패 시 공적 자금 손실…정부·기관과 屋上屋 우려

 

다만 조직 신설에 따른 과제도 만만찮아 보인다. 기존 공공기관과 기능 중복을 피하기 위한 정교한 설계가 요구되는데, 시장에 대한 이해와 발굴·협상 능력을 갖춘 민간 인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경기도 광교 청사.

아울러 선순환·공유 성장이란 목표와 달리 투자 실패 시 공적 자금 손실이란 위험(리스크)을 감당해야 하고, 정부·기관과의 중복성도 해소해야 한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에 이미 정부 차원의 대규모 정책금융 및 모태펀드 시스템이 존재해 자칫 ‘옥상옥(屋上屋)’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화성·평택·이천 등 반도체 거점 도시들의 재정·요구사항이 달라 초기 자본금 확보 및 수익 배분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자체가 단순히 기업을 보조하는 역할을 넘어 투자 주체로 나서 성장의 선순환을 만들려는 시도”라며 “투자의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검증 시스템과 민간 운용사에 대한 투명한 감시 제도를 얼마나 잘 갖추느냐에 성패가 달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