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휴전 합의 파기 시사 美, 해협 상선 피격에 재공습 원유 생산·판매 허용도 취소 이란도 중동 미군시설 공격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가 “끝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에서 상선을 공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을 상대로 공습을 재개한 가운데 나왔다. 이란은 미군기지가 있는 바레인과 쿠웨이트를 타격하며 즉각 보복에 나섰다. 종전 합의 체결 뒤에도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가시지 않으며 다시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
AP·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정상회의 장소인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만나 이란을 향해 “그들과 거래하고 싶지 않다. 그들은 쓰레기(scum)이고, 지긋지긋한 사람들이다”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 자신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 미국 대표단이 이란과 대화하는 것을 허락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기면서도 “그들과 거래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며 “그들은 거짓말쟁이”라고 재차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과의 후속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무력 공방까지 재개되면서 휴전 합의가 사실상 파기된 게 아니냐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6~7일 이틀 동안 호르무즈해협 내에서 카타르 선적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상선 3척이 공격을 받은 바 있다. 이란 당국은 선박 공격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국들은 배후로 지목한 상태다. 이에 미 중부사령부는 대응에 나서 이날 이란의 방공망, 지휘통제시설, 레이더 기지 등 이란 내 80여개 표적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이란 공습 개시 2시간 전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이 이란산 원유의 생산, 인도, 판매 허용을 위해 지난달 21일자로 발급했던 60일짜리 임시 일반면허를 취소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란은 “치명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하고 즉각 대응에 나섰다.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국영 방송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침략에 대한 초기 대응으로 두 국가(바레인, 쿠웨이트) 내 주요 미군 시설 85곳을 타격했다”고 밝혔으며, 미군 MQ-9 드론 1대도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외무부는 미 재무부의 조치에 대해서도 양국 종전 합의에 대한 위반이라면서 미국에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