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저명한 영화평론가이자 영화제 프로그래머로 아시아 영화를 세계에 알린 토니 레인즈(Tony Rayns)가 별세했다. 영국영화협회(BFI)는 8일(현지시간) 고인의 별세 소식을 전했다. 향년 78세.
1948년 태어난 고인은 서구 영화계에 아시아 영화의 가치를 알린 대표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1970년대 초반부터 영국의 권위 있는 영화 전문지 ‘사이트 앤 사운드(Sight & Sound)’ 등에 기고하며 평론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1988년부터 2006년까지 밴쿠버국제영화제의 아시아 영화 경쟁부문을 이끌며 한국을 비롯한 중국·홍콩·일본·대만 등 아시아 영화와 감독들을 세계 영화계에 소개했다.
한국영화와의 인연도 깊다. 고인은 부산국제영화제(BIFF) 출범에 기여했으며, 1996년 제1회 BIFF에서 ‘한국영화공로상’을 받았다. 이후에도 영화제 자문위원으로 활동했고, 2012년에는 BIFF에서 다큐멘터리 ‘토니 레인즈와 한국영화 25년‘(연출 서원태)이 상영됐다. 고인은 김동호 BIFF 명예집행위원장이 연출한 단편 영화 ‘주리’(2012)에 배우로 출연하기도 했다.
고인은 한국 영화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전부터 한국 감독들의 작품을 해외 평단에 알리는 데 힘썼다. 장선우, 이창동, 홍상수 감독 등과 교류하며 이들의 성취를 해외에 소개했고, 장선우 감독을 조명한 장편 다큐멘터리 ‘장선우 변주곡’(2001)을 연출하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과의 인연도 각별하다. 봉 감독의 단편 ‘지리멸렬’을 1994년 밴쿠버영화제와 홍콩영화제에 초청해 해외에 첫선을 보였다. 이후 영화 ‘살인의 추억’(2003), ‘기생충’(2019)의 크라이테리온 컬렉션 오디오 코멘터리에 참여해 작품의 미학과 맥락을 해외 관객에게 전달했다. 지난해 4월 ‘사이트 앤 사운드’에 실린 고인과 봉 감독과의 대담은 한국영화와 걸어온 그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말년의 기록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