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대형교회 목사 측에게 7억여원을 받고 진행된 ‘청부 수사’ 의혹에 연루된 현직 경찰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직접 지시를 내린 전직 경찰의 혐의도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경찰 수사를 향한 신뢰성이 또 한번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교회 다툼 ‘청부수사’ 연루 경찰 1심 실형…커져가는 경찰수사 ‘불신’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류지미 판사는 최근 서울 구로경찰서 소속 A씨에 대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브로커 C씨는 경찰 재직 중이던 2022년 3월 서울 일선서에서 함께 근무했던 구로서 경찰 B씨를 통해 D목사 횡령 사건 첩보가 구로서에 제출되도록 했고, 결국 B씨가 해당 수사를 맡았다. A씨는 상사였던 B씨가 이듬해 영등포서로 전보돼 관련 수사에서 빠진 뒤에도 관련 보고서를 요구하자 이를 한글파일로 만들어 전송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누설한 구속영장 신청 관련 수사보고서는 고도의 보안성이 요구되는 문서로서 외부에 유출될 경우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경찰공무원으로서 비밀유지 의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범행에 이르렀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해당 수사보고서가 결국 교회 측에 공유돼 경찰, 검찰, 법원에 대한 로비자금 명목의 돈을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된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B씨를 제외한 브로커 C씨와 E 목사 및 교회 관계자들의 유죄 판결 가능성도 커졌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전직 경찰인 브로커 C씨가 E목사 측으로부터 D목사에 대한 수사 관련 청탁 대가로 세 차례에 걸쳐 현금 총 7억5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지난 2월 브로커 C씨를 공무상비밀누설·부정처사후수뢰·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E목사 등을 특가법상 횡령 혐의 등으로 송치를 결정했지만 당시 일각에서는 경찰의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검찰의 보완수사 요청이 내려와 현재 수사가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경찰의 청부 수사 의혹이 점차 사실로 굳어지면서 경찰 수사 신뢰성에 대한 의문은 커질 전망이다. 민만기 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장윤기 사건도 그렇고 검찰의 수사권이 살아 있어 경찰이 그래도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도 경찰 내 사건사고가 일어나고 있다”며 “만약 검찰이 경찰 수사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상황은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검찰, 장윤기 수사팀원 2명 참고인 조사…경찰은 불발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를 수사하며 주요 증거를 누락했다는 의혹을 받는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원 2명이 8일 검찰에 출석했다. 이 사건 관련 진상규명 특별수사팀을 별도로 꾸린 경찰도 이들을 이날 조사하려 했으나, 검찰 조사를 받고 있어 불발됐다.
8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봉진 부장검사)은 이날 광산서 수사팀원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장윤기가 범행 당시 이용한 차량에 있던 ‘케이블 타이(공업용 묶음 끈)’ 등 주요 증거를 누락한 이유가 무엇인지, 수사팀이 증거인멸에 가담했는지, 증거를 인멸하라는 윗선의 지시를 들은 적이 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7일 광산서 수사팀 관계자 다수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해 가담자와 고의성 여부 등을 밝혀낼 방침이다.
광주경찰청 ‘광주광산서 살인사건 관련 진상규명 특별수사팀’도 이들을 소환조사하려 했으나 이들이 검찰청에 먼저 소환되면서 이날 조사는 무산됐다고 한다.
보완수사를 통해 장윤기 사건 수사팀의 제식구 감싸기, 증거인멸 의혹 등을 밝혀낸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경찰도 부랴부랴 조직 내부 비위에 대한 수사에 나서면서 ‘수사 경쟁’이 붙은 양상이다. 경찰은 이날 오후 장모 경감을 소환해 조사를 진행했다.
◆‘색동원 사건’서 장애인 조사 적절했나…인권위, 경찰 직권 조사 개시
국가인권위원회가 색동원 사건 등 장애인거주시설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장애인 인권과 조사 참여를 보장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직권조사에 나섰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지난달 24일 경찰청, 서울경찰청 및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침해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서 대상으로 ‘색동원 등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침해 수사 과정의 권리구제 직권조사’를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조사 대상 관서는 최근 3년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수사 의뢰 사건 현황 등을 분석한 뒤 확정된다.
인권위는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색동원 사건이 조사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의사소통이 어려운 장애인 상대로 음성 진술 중심의 조사 방식을 펼친 것이 적절했는지 등 장애인 특성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침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 피해자의 조사 참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고 있는지, 장애 특성을 고려한 피해 확인 노력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이번 직권조사는 색동원 등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침해 사건 수사 시 의사소통과 의사표현의 특성을 고려한 편의 제공 여부, 신뢰관계인 및 진술 조력의 실질적 지원 여부, 구술 외 피해 확인 수단의 활용 여부, 장애인 거주시설의 폐쇄성, 권력관계, 반복 피해 가능성 등 구조적 특성이 고려되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