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이 충돌할 것’이란 안팎의 우려와 달리 훈훈한 분위기 속에 마무리됐다. 회의 직전까지도 온라인 공간에서 설전을 벌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대면은 다소 어색한 장면이긴 했으나 둘 사이 갈등도 봉합 수순을 밟는 모양새다.
트럼프는 8일(현지시간) 이틀 일정의 나토 정상회의가 끝난 뒤 “이번 회의는 엄청나게 성공적이었다”며 “회의장 내부는 사랑과 단합이 가득했다”고 평가했다. 전날 앙카라에 도착한 직후 트럼프는 멜로니와의 관계 악화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뜻밖에도 “(멜로니는) 좋은 사람”이라고 답했다. 물론 “이란 문제와 관련해 우리(미국)를 돕기를 거부했기 때문에 조금 나빠졌다”는 말로 앙금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님을 내비쳤다.
정상들이 단체 기념 촬영을 하기 위해 저마다 지정된 자리로 이동하는 동안 트럼프와 멜로니가 잠시 조우했다. 트럼프는 못 본 척하면서 그냥 지나쳤고, 멜로니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한 채 고개를 돌렸다. 트럼프의 모욕적 언사에 시달려 온 멜로니의 이 같은 태도는 ‘더는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울 의향이 없다’는 의미로 제스처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지난 6월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당시 “그녀(멜로니)는 나와 함께 사진을 찍을 것을 애걸복걸했다(begged)”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방송 채널 La7 TV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이 같이 말하며 “나는 그녀가 불쌍하다고 느꼈다(I felt sorry for her)”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는 멜로니의 낮은 지지율을 올리기 위한 행위였다고 나름의 해석을 내놓았다.
멜로니와 이탈리아 정부는 격노했다. 멜로니는 SNS를 통해 “(트럼프의 얘기는) 지어낸 것”이라며 “솔직히 너무 놀랐다”고 밝혔다. 이어 “내 지지율은 당신(트럼프)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이탈리아 국익을 지키느냐에 달려 있다”고 반박했다.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외교부 장관은 항의 표시로 미국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그 뒤 한동안 잠잠하다 싶었는데 나토 정상회의 직전인 지난 5일 트럼프는 돌연 SNS에 멜로니 얼굴이 들어간 사진 한 장을 게재했다. 멜로니가 자신보다 키가 훨씬 큰 트럼프 얼굴을 애정어린 표정으로 바라보는 모습이다. 트럼프는 사진과 함께 “법원의 접근 금지 명령이 필요해요”(RESTRAINING ORDER NEEDED)라는 글을 적었다. 멜로니가 트럼프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스토킹’ 행태를 제발 막아 달라는 의미다.
일국의 정상을 스토커인 것처럼 모욕한 이 게시물을 두고 이탈리아는 또 흥분했다. 다만 멜로니는 ‘사진 촬영 구걸’ 논란 때와 달리 이번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아 “트럼프와의 관계 관리에 나선 것”이란 추론을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