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동물원에서 태어난 20년을 산 호랑이 ‘호순이’가 최근 생을 마감했다. 호순이의 폐사로 청주동물원에는 시베리아 호랑이가 한 마리도 남지 않게 됐다.
청주동물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난 3일 밤 8시쯤 호순이를 안락사했다고 9일 밝혔다.
지난 1일 호순이가 뒷다리를 휘청거린다는 제보를 받은 동물원 관계자는 다음날 배뇨 및 보행 장애를 확인하고 3일 수의사들을 긴급 섭외했다. 척추신경감압술 등 치료를 준비했지만, 며칠 사이 거동이 불편했던 호순이의 몸에는 이미 심한 욕창이 생기고 털 속은 구더기로 가득했다.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수술이고 여름철에는 상처가 아물기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며 “회복 과정에서 구더기로 뒤덮인 호순이의 상태는 위풍당당했던 호순이가 바랐을 마지막이 아닐 것”이라고 안락사를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안락사는 수의사에게 가장 하기 힘든 일이지만, 치료법이 없고 고통만 남은 동물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기도 하다”며 “시베리아 호랑이 호순이가 그렇게 힘들어하던 긴 여름을 다 보내지 않고 간 것은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호순이를 추모했다.
청주동물원은 동물원 꼭대기에 마련된 추모관에 호순이의 사진과 명패를 걸어 오래도록 기억할 예정이다. 이곳은 청주동물원에서 숨을 거둔 동물들을 기리는 공간이다.
호순이는 2007년 6월 4일 청주동물원에서 태어나 오빠 ‘호붐’, 언니 ‘이호’와 함께 관람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2023년 4월 호붐이가 노령으로 폐사한 데 이어 지난 1월 이호마저 세상을 떠났다. 여기에 이번 호순이의 폐사까지 겹치면서 청주동물원에는 이제 시베리아 호랑이가 한 마리도 남지 않게 됐다.
이에 청주시 공식 유튜브 채널 ‘청주시’는 청주동물원에서 평생을 보낸 호순이의 삶을 영상으로 제작해 10일 공개할 예정이다.
한편 백두산 호랑이, 한국 호랑이, 아무르 호랑이 등으로도 불리는 시베리아 호랑이의 평균 수명은 15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시베리아 호랑이는 아무르 분지에서 시베리아에 이르는 지역에 자연 서식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개체수가 급감해 환경부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심각한 멸종위기)으로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