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 테러 피해자' 행세 정이한, 휴대전화 통화내역에 덜미

사전에 여러차례 연락한 가해자는 10년지기 헬스 트레이너

"이번 음료수 테러는 청년 정치인의 도전을 가로막고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려는 중대 범죄다."

6·3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4월 27일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 측이 피습 사실을 경찰에 신고한 뒤 내놓은 입장이다.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피습 자작극 의혹을 받는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가 8일 부산지방법원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위해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피습 자작극을 벌인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와 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지난 8일 경찰에 구속된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 측이 선거 기간인 지난 4월 27일 피습 사실을 알리며 내놓은 입장이다.



당시 선거 캠프 관계자는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건 당일 오전 9시께 정 전 후보가 부산 금정구 구서 나들목 인근에서 유세하던 중 지나가던 차량 운전자가 차창 밖으로 던진 음료에 맞아 쓰러졌다고 했다.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했던 경찰은 공직선거법 위반(선거자유방해)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어린놈의 XX가 무슨 시장 출마냐?"라며 청년 정치인을 비하하는 폭언과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고, '음료 테러' 피해자가 된 정치신인인 정 전 후보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커졌다.

정 전 후보는 A씨를 직접 면회하고 선처 탄원서까지 제출했다. 사건 이틀 뒤에는 목 보호대를 착용한 채 선거운동에 복귀했다.

개혁신당 정이한 부산시장 후보가 지난 4월 27일 부산 금정구 구서나들목 인근에서 유세하는 모습.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정 전 후보가 선거에 도움을 얻으려고 자신의 헬스 트레이너였던 십년지기 A씨와 미리 짜고 벌인 자작극에 불과했다.

자작극의 단서는 경찰에 피습 신고가 접수된 지 보름여 지난 시점에 확인됐다.

경찰은 통상적인 수사 매뉴얼대로 A씨 휴대전화에 대한 통신영장을 발부받아 통화내역을 분석했다.

그런데 경찰의 예상과 달리 정 전 후보와 가해자인 A씨가 사건 이전에 여러 차례에 걸쳐 통화한 내역이 드러났다.

경찰은 수사의 방향을 선거자유방해가 아닌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에 두고 증거 확보를 위해 주거지 압수수색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결국 정 전 후보는 지난 5월 중순 경찰에 출석해 자신과 A씨가 벌인 자작극을 시인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정 전 후보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이렇게 큰일이 될 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선거 다음 날인 지난 6월 4일 선거사무실, 주거지, 헬스장 등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수색에서 정 전 후보와 A씨가 헬스장에서 함께 대화하는 장면 등이 담긴 CCTV 영상도 확보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이번 자작극에 정 전 후보와 A씨 외에 추가로 범행을 공모하거나 가담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안영봉 부산경찰청 수사부장은 "공직선거법 위반에 있어서 유례가 없는 사건"이라며 "공정한 선거를 해치는 행위를 엄단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수사를 벌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압수수색 영장을 선거 전에 집행할 수도 있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해 "검찰이나 경찰의 입장에서는 선거에 미칠 영향보다는 어떻게 범죄를 입증하느냐가 더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두 사람 사이의 금전 거래 여부 등 추가적인 조사를 벌인 뒤 다음 주에 검찰로 송치할 예정이다

이밖에 정 전 후보 진단서 발급 경위의 의료법 위반 여부, 정 전 후보 부친이 운영하는 온그룹 계열사 직원들의 선거운동 동원 의혹, 정 전 후보 관련 여론조사기관의 공정성 논란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