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자녀 사진 들고 맞선 본다고?…日서 확산하는 ‘대리 혼활’

일본에서 결혼 적령기의 미혼 인구가 늘고 자연스러운 만남이 줄어들면서, 부모가 자녀를 대신해 결혼 상대를 찾는 이른바 ‘대리 혼활(婚活)’이 새로운 결혼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최근 일본에서는 부모들이 미혼 자녀의 사진과 직업, 학력, 신장, 자격증 등이 담긴 프로필을 들고 교류회에 참석해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대리 혼활’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부모끼리 먼저 자녀의 조건을 확인한 뒤 의견이 맞으면 실제 자녀들이 만나는 방식이다.

 

이같은 행사를 운영하는 사단법인 ‘좋은 인연 부모의 모임’은 2005년 출범 이후 지금까지 750회 이상 교류회를 개최했다. 첫해 110명에 불과했던 연간 참가자는 지난해 2334명으로 크게 늘었다. 최근 도쿄에서 열린 행사에도 25~49세 미혼 자녀를 둔 부모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자녀들의 직업도 의사와 회사 임원, 대학교수 등 다양했다. 참가비는 회당 1만6000엔(약 15만원)이다.

일본 도쿄의 번화가. 사진은 해당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 없음. 픽사베이

대리 혼활이 확산하는 배경에는 일본 사회의 만혼·비혼 현상이 있다. 일본 총무성 국세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50세까지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평생 미혼율은 남성 28.3%, 여성 17.8%로 집계됐다. 2000년과 비교하면 각각 큰 폭으로 상승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사회 분위기의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메이지가쿠인대 키토 미에 사회심리학 교수는 “현대에는 사내 규정이 엄격해지고 직장 내 괴롭힘 같은 문제가 민감하다 보니, 직장이나 학교에서 연애하기가 어려워졌다”며 “매칭 애플리케이션 등 만남의 기회가 늘었지만 자신에게 맞는 혼활 방법을 찾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많다보니 이를 걱정한 부모들이 직접 나서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결혼정보회사 무스벨 관계자도 “현대에는 만남을 주선해 주는 주변 존재가 드물다”며 “부모의 권유와 조력이 혼활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부모가 결혼 상대를 먼저 고르는 방식에 대한 우려도 있다. 장남의 대리 혼활을 경험한 저널리스트 이시카와 유키는 “‘부모의 저울질’과 ‘자녀의 저울질’이라는 두 가지 장벽이 있다”며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하지 않고 자녀의 의사를 가장 먼저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