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미 월드컵이 한창이지만 대한민국의 무대는 막을 내렸다. 현장에 파견된 한국 취재진만 53명. 적지 않은 숫자임에도 현장감이 느껴지는 깊이 있는 기사는 많지 않았다. 묘한 허탈함에 2주 전 ‘월드컵 열기가 식은 진짜 이유’라는 글을 썼다. 이제야 정답을 찾았다. 한 방송사 유튜브 영상에 찍힌, 현지 취재진(?)이 손흥민을 향해 쏟아낸 조롱 섞인 ‘뒷담화’가 공론화되면서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고 있는 해결 방안이 문제다. 이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박항서 단장, 홍명보 감독이 사퇴했음에도 문화체육관광부는 장관이 직접 나서 ‘K축구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국회에서는 청문회를 한다는 소문이다. 그 틈을 타 기회주의적인 인사들이 위원회에 가세하는 꼴불견이 연출되고 있다. 현지에서 중계방송 해설을 했던 축구인도 있다. 그들이 한국 취재진과의 갈등이 있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선수단 내부의 분열이고, 그 중심에 손흥민이 있다.
묻고 싶다. 뒷담화로 자신을 비하한 일부 취재진을 이유로 국가대표 주장이 언론과의 인터뷰를 보이콧할 권리가 있는가. 물론 감정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공인으로서, 그리고 대한민국 축구 역사의 상징으로서 그의 선택은 지나치게 폐쇄적이었다.
더 큰 문제는 이를 방조하고 조장한 리더십의 부재다. 최초 선수들의 인터뷰 거부를 지시한 홍명보 감독과 박항서 단장의 판단은 크게 잘못됐다. 멕시코전 패배 후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그제야 인터뷰를 지시한 감독의 됨됨이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여기에 감독의 지시를 거부하고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한 손흥민과 이재성의 행동 역시 국가대표답지 못한 처신이었다. 국민의 사랑을 받는 만큼, 그들은 당당하게 인터뷰를 했어야 했다.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할 때도 이틀간 나눠서 귀국한 그들은 이미 ‘원팀’이 아니다.
이번 사태는 한국 체육계의 고질적인 소통 부재를 여실히 드러냈다. 지금 우리 체육계에는 일방적인 보도자료만 뿌리는 홍보실만 있을 뿐, 언론과 시민사회에 당당하게 입장을 밝히고 소통할 ‘대변인’이 없다. 정부 부처에는 당연하게 존재하는 대변인실이 왜 체육계에는 없는가.
한국 축구가 진정으로 혁신하려면 형식적인 위원회 구성보다 ‘소통의 구조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당당하게 밝힐 것은 밝히고, 비판은 수용하며,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손흥민의 침묵도, 정치권의 망신 주기도 결국은 이 소통 창구의 부재에서 시작된 비극이다.
성백유 대한장애인수영연맹 회장·전 언론중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