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공습과 이란의 보복 공격이 이틀 연속 이어졌다. 빈약한 종전 양해각서(MOU)와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이란의 통제권 주장 탓에 양측 간 무력 충돌이 재발하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8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서 “이란 해안선을 따라 방공 시스템, 해안 감시 자산, 미사일·드론 저장고, 해군 자산, 군사 보급기반시설 등 약 90개의 이란 군사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호르무즈해협에서 민간 화물선을 공격하는 이란의 군사역량을 추가로 약화하는 게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호르무즈해협 인근 반다르아바스와 키슘섬,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부셰르주 등이 공격을 받았다. 부셰르주 부주지사는 “오늘 오후 부셰르 원전 주변부를 포함한 여러 지점이 미군의 발사체에 피격됐다”고 밝혔다. 원전 타격 및 피해 발생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동부 골레스탄주에서는 철도 교량이 피격돼, 수도 테헤란과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 안장식이 열리는 마슈하드를 연결하는 철도 노선의 운행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란 보건부는 이틀간 미국 공습으로 14명이 사망하고, 78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후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에어포스원에서 이란의 상선 공격을 “정신 나간 짓”이라고 비난하면서 “이란과 협상할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이란 측은 “미국이 MOU를 통째로 위반했다”고 반발했다. 이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드론으로 쿠웨이트의 미국 패트리엇 미사일 방공 시스템과 카타르 내 미군 군사 위성 안테나 기지, 바레인 미 육군 유류 저장소를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싸고 미국과 이란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공격과 보복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선박들이 해협을 신속하게 통과하도록 하려는 트럼프의 의지와 해협 통제권이 약화하는 것을 거부하려는 이란의 의지가 충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이틀간의 충돌도 이란이 지정 경로를 벗어났다며 상선을 공격한 이후 발생했다. 유럽외교협의회(ECFR) 소속 분석가 엘리 게란마예는 FT에 “해협 운영 방식에 대해 함께 수용할 원칙이 MOU에 없다”며 “공백이 길어질수록 교착이 심화하고 전면전 재개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초 미국과 이란은 11일 또는 12일 호르무즈해협 개방과 이란 핵 프로그램 폐기 등을 논의하기 위한 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번 공방으로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하메네이는 9일 고향인 마슈하드의 이맘 레자 영묘에 묻혔다. 지난 4일 테헤란에서 시작한 하메네이 장례식은 시아파 성지인 곰, 이라크 카르발라와 나자프 등에서 조문 행사를 가진 뒤 마슈하드에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