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리아 ‘테러지원국’ 지정 철회… 이란 옥죄기

47년 만에 관계 정상화 속도

튀르키예서 정상 회담 중 공식화
45일간 美의회 검토 거친 뒤 효력
‘시아파 벨트’간 견제구도 노린 듯

美, 우크라엔 패트리엇 생산 허가
튀르키예와 밀착 등 러시아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시리아에 대한 테러지원국(SST) 지정 철회하기로 했다. 이란과 국경을 맞댄 튀르키예와 관계 개선에 이어 ‘시아파 벨트’의 주요 길목인 시리아와 외교 정상화까지 나서며 중동 지역에서 이란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한 모습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대공 방어 미사일의 현지 생산 허용을 시사하며 러시아에 대한 견제에도 나섰다.

알샤라 대통령 “역사적 결정 감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8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아흐마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시리아 정부와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앙카라=AP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미국 ABC방송 등에 따르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담 참석차 튀르키예 앙카라를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아흐마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시리아를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무슨 문제가 있겠냐.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후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의 테러지원국 지정을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의회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테러지원국 지정 철회는 의회 통보 뒤 45일간의 검토 기간을 거쳐 효력이 발생한다.

 

미국은 1979년 팔레스타인 무장 독립단체 등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시리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뒤 47년간 유지해왔다. 이번 조치는 시리아 정부와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해온 트럼프 행정부가 제재 완화를 넘어 양국 협력을 본격화하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알샤라 대통령은 “제재 해제라는 역사적인 결정에 대해 감사를 표하며 국민 전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시리아에 대한 외교 관계 정상화는 전쟁 중인 이란에 대한 압박 성격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는 이란∼이라크∼시리아∼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시아파 벨트에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터키 앙카라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담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앙카라=AP연합뉴스

러시아를 경계하는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가 그들(우크라이나)에게 패트리엇을 만들 권한을 제공하고 어떻게 만드는지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자국에 필요한 미국산 패트리엇 미사일 생산량이 충분하지 않다며, 우크라이나가 직접 미사일의 라이선스를 얻어 생산할 수 있도록 미국을 설득할 것을 나토 회원국들에 요청한 바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만에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직접 화답했다. 이날 회담에 대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한 직후인 지난해 초 두 지도자가 가졌던 격렬한 대립과는 대조를 이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노력에서 이전보다 훨씬 더 우크라이나에 친화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나토 정상회의 모습. UPI연합뉴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7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인 F-35 판매를 시사했는데, 튀르키예와 관계 개선 역시 러시아를 의식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한편, 나토 정상들은 이날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앙카라 정상회의 선언’을 통해 “우리는 500억달러(약 75조4000억원) 이상의 신규 조달 계획을 발표하며, 공동 생산능력 확대와 산업계 협력을 통한 혁신 가속화를 약속한다”고 국방비 증액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날 선언에는 “유럽 동맹국들과 캐나다는 미국과 협력해 동맹의 방어에 대한 더 큰 책임을 지고 있다”는 문구를 넣어 미국과 유럽의 공조에 기반한 기존 나토 체계를 지키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