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ADR 흥행 예고… 본주도 끌어올릴까

10일 나스닥 시장 입성

ADR 통해 43조 규모 신주 발행
조달 자금 용인공장 건설 등 사용
블룸버그 “공모물량의 7배 청약”
본주 상승 호재로 작용 가능성 커
TSMC도 본주·ADR 평가 선순환

국내 투자자 본주 팔고 ADR 매입
환율 노출·세금 문제로 실익 없어

SK하이닉스의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을 앞두고 기업가치를 재평가받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분수령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형식으로 상장할 예정인데, ADR의 가격 프리미엄이 최근 반도체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우려로 침체 중인 SK하이닉스의 본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ADR은 10일(현지시각) 나스닥 글로벌셀렉트마켓에서 종목명 ‘SKHYV’로 임시거래를 시작해 13일부터 정규거래로 전환된다.

경기 이천시 SK 하이닉스 본사 모습. 뉴시스

ADR이란 해외 기업의 주식을 미국 시장에서 달러로 거래할 수 있게 만든 예탁증서를 의미한다. SK하이닉스는 전체 발행주식의 약 2.5%에 해당하는 최대 1779만주, 약 43조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한다. ADR 10주가 국내 보통주 1주에 해당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공장) 및 청주 P&T7 어드밴스드 패키징 팹 건설, 극자외선(EUV) 스캐너를 포함한 기계장치 취득 등에 활용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ADR 수요예측에 공모 물량의 7배가 넘는 청약이 몰리며 SK하이닉스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재확인했다.

 

증권가에선 이번 상장이 SK하이닉스 본주의 상승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ADR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수요가 커져 가격 프리미엄이 발생하면, 차익거래를 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본주에 대한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1997년 미국에 ADR을 상장한 대만 반도체 기업 TSMC 사례를 들었다. 2000~2023년 TSMC ADR의 프리미엄은 평균 약 1.8~3.3%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본부장은 “TSMC ADR은 본주 대비 프리미엄을 형성했고, 이 과정에서 본주와 ADR 간 가격 차이를 활용한 전환 및 차익거래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대만 본주와 미국 ADR이 함께 재평가되는 선순환이 강화됐다”며 “SK하이닉스 역시 향후 미국 ADR과 한국 본주 간 재평가 흐름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부연했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ADR에 대한 패시브 자금 수요가 존재하며, 해당 수요가 초과 성과(프리미엄)로 이어질 수 있다”며 “ADR이 본주 대비 비싸게 거래되는 경우 차익거래자는 비싼 ADR을 매도하고 본주를 매수하며, 이 과정에서 프리미엄과 본주 외국인 순매수는 같은 방향으로 동행한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의 기업 가치 재평가에 대한 기대도 커진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TSMC 23.1배, 마이크론 11.2배, 키옥시아 10.6배로 집계됐다. 반면 SK하이닉스는 6.6배에 수준에 그친다. SK하이닉스가 미 증시에서 경쟁사들과 같은 환경에서 평가를 받으면 이 같은 저평가가 일정 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투자자들에겐 ADR이라는 투자 선택지가 새롭게 생겼다. 다만 전문가들은 굳이 본주를 팔고 ADR을 사는 건 큰 실익이 없다고 설명했다. 환율 위험성에 노출될 수 있고 세금 측면에서도 불리하다는 이유에서다. ADR은 해외주식으로 분류돼 양도소득세가 붙는 반면 국내 상장주식의 매매차익은 비과세다. ADR에 투자하려면 향후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방향성 투자가 방법이 될 수 있다.

 

김동원 본부장은 “환율과 세금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은 현지 주식을 사는 게 가장 유리하다”며 “시세차익을 노린 거래는 가능하겠지만 개인 투자자가 이 같은 거래를 매일 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