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한 빌라에서 아버지가 집을 비운 사이 화재가 발생해 초등학생 2명이 숨졌다.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아동이 숨지는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9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57분 은평구 갈현동의 지상 3층·지하 1층짜리 빌라 3층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화재로 건물 안에 있던 남녀 초등학생 2명이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이들은 각각 초등학교 2학년(9세), 1학년(8세) 남매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 주민 2명이 연기를 흡입했고 9명은 자력으로 대피했다.
소방당국은 신고를 접수한 지 1분 만인 10시58분 출동 지령을 내렸고 2∼3분 안에 현장에 도착했다. 인력 82명과 차량 23대 등을 동원해 화재 발생 약 50분 만인 오후 11시47분 불을 완전히 껐다. 목격자들은 화재 당시 ‘펑’ 소리가 난 뒤 불과 까만 연기가 보였다고 전했다. 그 충격으로 창문이 바닥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날 오후 1시부터 합동감식을 진행한 소방과 경찰, 한국전기안전공사 등은 전기적 요인을 화재의 원인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 빌라는 1985년도에 허가된 노후 주택이라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어 소방시설이 없고 안전관리자 선임 대상도 아니다.
숨진 남매의 아버지는 화재 당시 개인적 용무로 집을 비운 상태였다. 같은 층 주민은 “이혼하고 아빠가 아이들을 키운다는 것만 안다. 아빠가 웬만하면 집을 안 비운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인근 빌라에 사는 주민은 “인근에 사는 남매의 할머니가 아이들을 돌봐줬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과거 아동학대 신고 여부 등에 대해서 은평경찰서 관계자는 “현재까지 보호자의 동선 등과 관련 특이점은 확인되는 게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망한 초등학생 2명에 대한 부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보호자가 집을 비운 사이 혼자 있던 아동이 화재로 숨지는 비극은 최근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해 7월 부산 기장군의 한 아파트에서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화재가 발생해 초등학교 3학년과 유치원 자매가 숨졌고, 2023년 울산에서도 아버지가 부재한 사이 불이 나 5세 아이가 숨지는 참변이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12세 미만 아동을 혼자 두고 외출하면 아동방임으로 신고하는데 문화적 차이가 있어서 부모가 잠깐 자리를 비웠다는 것만으로는 아동방임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