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정치 축 이동… DJ 고향 ‘신안’에서, 송영길 고향 ‘고흥’으로

재보선 승리 후 당심 요동… DJ 정통성 잇는 새로운 ‘거물론’ 부상
‘5개 국어 능통’ 외교 역량 재조명… ‘송영길-김민석 연대론’도 화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가 4파전으로 치러질 예정인 가운데 6·3 국회의원 재보선을 통해 화려하게 원내 복귀한 송영길 의원을 향한 호남의 당심이 요동치고 있다.

 

9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전역을 휩쓴 ‘송영길 출마 촉구’ 릴레이 행보가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고향인 신안을 거쳐 송 의원의 고향인 고흥에 이르기까지 확산되면서 호남 정치의 중심축이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김대중 정치학교’에 초청 강사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386에서 686으로’를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이날 송 의원은 강연을 통해 차세대 주역이 될 후배 정치인들을 향한 선배 세대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조언했다. 송영길 의원실 제공

먼저 ‘신안’에서 ‘고흥’으로 이어진 호남의 맹주 세대교체론이다. 최근 전남 지역 정치권의 시선이 송 의원의 행보에 쏠려 있다.

 

지난달 29일 고향인 고흥과 광양에서 시작해 여수, 순천을 거쳐 이달 초 목포와 신안 그리고 지난 2일 광주 옛 전남도청 앞 광장까지 이어진 ‘송영길 당대표 출마 촉구 릴레이 집회’는 단순한 지지 세 과시를 넘어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를 두고 호남 정치의 상징적 고향인 ‘신안(DJ)’의 유산을 바탕으로 실전 능력을 갖춘 ‘고흥(송영길)’ 출신의 6선 중진이 호남의 새로운 목소리로 부상하는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최근 지방선거와 재보선을 거치며 다변화된 호남 민심이, 결국 중앙 무대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무게감 있는 거물’에게 다시 결집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역 당원들 사이에서는 송 의원의 ‘글로벌 외교 역량’이 새로운 이미지로 다가서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어 외에도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 일본어 등 5개 국어에 능통한 그의 어학 능력과 오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경험이 재조명되면서다. 기존의 강인한 투쟁형 정치인 이미지에 더해 ‘준비된 글로벌 리더’라는 서사가 입혀지는 모양새다.

 

광주 지역의 한 중견 당직자는 “그동안 호남 정치가 중앙 무대에서 변두리로 밀려나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며 “인천시장과 6선 의원, 전직 당대표를 지낸 송 의원의 무게감과 더불어 세계 각국 정상급 인물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탁월한 외교 역량이야말로 차기 대선 정국에서 호남의 이익을 대변하고 정권 재창출을 견인할 최적의 자산이라는 평가가 바닥 민심에서 올라오고 있다”고 전했다.

 

릴레이 집회에 참여한 신안 지역의 권리당원 B씨 역시 “신안이 DJ 정신의 뿌리라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 정신을 이어받아 중앙에서 강하게 싸워줄 진짜 일꾼”이라며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고 비상계엄 정국 등에서 보여준 송 의원의 결단력은 물론, DJ처럼 국제적인 안목을 갖춘 스마트한 면모에 많은 당원이 신선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호남 정가에서 불붙고 있는 송영길 의원과 김민석 전 국무총리(전 수석최고위원)의 ‘전략적 연대론’도 강력한 화두다. 과거 80년대 학생운동권 시절부터 오랜 정치적 궤적을 함께해 온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전당대회 국면에서 호남의 가치와 중심성을 선두에서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다.

 

전남 지역의 한 권리당원 모임 관계자는 “한 명의 당 대표(지도자)를 뽑는 것을 넘어 송 의원의 저돌적인 돌파력 및 글로벌 역량과 김 전 총리의 전략적 무게감이 결합한다면 당의 정통성을 수호하고 호남의 소외감을 단번에 해소할 수 있는 최상의 조합”이라며 “두 중진이 연대해 전당대회의 전면에서 흐름을 주도해야 한다는 요구가 밑바닥 당심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회의장 특사 자격으로 미국 방문길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출국 소회를 밝히고 있다. 송영길 의원실 제공

송 의원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고향 고흥의 밤하늘을 언급하며, 나로우주센터를 중심으로 한 ‘남해안 우주항공 산업벨트’ 구축 등 지역 미래 먹거리를 챙기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정책적 행보도 본격화하고 있다.

 

전남 지역 한 도의원 C씨는 “고흥 출신인 송 의원이 공천 잡음 등으로 흔들렸던 전남의 당심을 추스르고, 우주항공 등 지역 핵심 현안을 중앙 정부 및 당 정책에 직접 반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민심이 크게 들썩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전당대회가 호남 중심의 세 대결이나 계파 갈등으로 흐르는 것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광주지역 한 정치 평론가는 “송영길-김민석 연대론은 당내 전통적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강력한 폭발력이 있겠지만 당내 주류인 친명(친이재명)계와의 조율이나 중도 확장성 면에서 어떤 명분을 내세울지가 관건”이라며 “호남의 압도적 지지와 새롭게 부각된 글로벌 이미지를 발판 삼아 전국적인 개혁 당심을 얼마나 견인하느냐가 최종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