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브리핑] “돈 왜 훔쳤냐” 훈계에 80대 살해한 30대 外

지인 때려 숨지게 해 대법서 징역 20년 확정돼
대법원, 檢미래위 조사단 재판기록 열람 ‘불허’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위헌” 변호사 헌법소원

평소 알고 지내던 80대 노인의 지갑에서 돈을 훔쳤다가 훈계를 듣자 화가 나 살해한 30대 남성이 9일 대법원에서 징역 20년형을 확정받았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와 검찰권 남용 사건을 조사하는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검찰미래위) 진상조사단이 대법에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사건 재판 기록 열람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한 변호사가 허위조작정보 유통을 금지하는 내용의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2024년엔 피해자 카드 훔쳐 85만원 결제도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이날 A(38)씨의 살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절도) 등 혐의 사건 상고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도 유지됐다. A씨는 지난해 3월2일 경기 평택시 80대 B씨의 빌라에서 물건을 집어 던지고 주먹과 발로 B씨의 얼굴, 가슴 등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모친과 함께 B씨와 화투 놀이를 하다가 B씨의 지갑에서 5만원을 훔쳤다가 B씨가 “왜 훔쳐 갔느냐, 112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화가 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에겐 2024년 11월엔 B씨 소유의 체크카드를 훔쳐 술값 등으로 85만원 상당을 결제한 혐의도 적용됐다.

 

검사는 A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나, 1심 재판부는 “범행 당시 상황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로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2심은 “피고인이 계획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은 아니고 피해자와 말다툼하다가 순간적으로 화가 나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20년으로 감형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앞 검찰기. 뉴시스

◆형사법 규정에 따른 조치… “재신청할 예정”

 

취재 결과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검찰미래위 진상조사단의 열람등사협조 요청을 전날 불허했다. 진상조사단이 2일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재판 기록을 요청한 지 엿새만이다. 대법 관계자는 기록 열람·복사를 할 수 있는 대상을 정해놓은 형사법과 관련 규정에 따른 조처라고 설명했다.

 

진상조사단은 이날 공지를 통해 “조사 대상 사건으로 선정된 7건의 수사 및 공판 기록을 확보 중”이라며 “김 전 부원장 사건 또한 대검을 경유해 대법에 기록 열람등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이 재판기록 열람등사를 불허한 구체적인 이유는 확인할 수 없다”며 “조사단은 관련 업무 수행을 위해 현재 법원에 제출된 검찰의 증거기록을 확보해 검토할 필요성이 있고, 열람·등사가 필요한 사유를 구체적으로 소명해 대법에 재신청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진상조사단의 사건 기록 열람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직 지검장들은 전날 공동성명을 내 진상조사단 활동이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한 중대한 개입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아 서울고검 검사도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진상조사단은 피의자나 사건관계인이 아니기 때문에 현행 수사 준칙과 사건기록 열람·등사 지침상 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가짜뉴스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차별 등 정의 모호… 명확성 원칙 위배 주장

 

법조계에 따르면 공원준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국회를 통과한 7일 해당 법 제44조의7 1항 2의2호에 대한 위헌 확인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해당 조항은 불법정보 항목 중 하나로 ‘공공연하게 인종, 국가, 지역, 성별, 장애, 연령, 사회적 신분, 소득수준 또는 재산상태를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해 직접적인 폭력이나 차별을 선동하는 정보, 증오심을 심각하게 조장해 존엄성을 현저히 훼손하는 정보’를 정하고 있다.

 

공 변호사는 “차별을 포함해 나열된 단어들의 정의가 모호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결국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돼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고의로 허위·조작 정보를 유통한 언론·유튜버 등에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